시신 DNA 확인 24시간 걸려 … 안치 공간도 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DNA 채취 20일 오전 검경 합동수사본부 신원확인팀이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DNA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닷새째인 20일 오전 10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밤샘 구조작업에서 수습된 10여 구의 시신이 도착했다. 수백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며 오열했다.

 해경 선박에서 내린 시신이 들것에 실려 임시 안치소로 옮겨지자 울음바다가 됐다. 시신을 덮은 흰색 천 위에는 시계와 지갑, 명찰 등 유품이 놓여 있었다. 당장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도 가족들은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슬픔에 울음을 터트렸다. 해경은 명찰과 학생증 같은 신원을 확인할 단서가 나오면 실종자 가족을 불러 확인절차를 거쳤다. 한 남성은 “불리는 게 좋은 것인지, 안 불리는 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닦았다. “침착하세요. 울지 마세요”라며 가족들을 진정시키던 의료진도 함께 울었다.

  자식의 시신을 확인하고도 “어서 일어나, 눈 뜨고 한마디라도 해봐”라며 오열했다.

 구조와 수색작업이 길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지친 기색이었다. 피로가 쌓여 눈이 푹 꺼진 한 남성은 연신 줄담배를 피우며 망부석처럼 바다만 바라봤다.

 구조를 중단하고 세월호를 인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족도 있었다. 사고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해경의 구조상황 설명을 듣던 한 실종자 가족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시신을 조금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인양하는 게 낫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다른 가족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진도체육관에서는 대형 스크린으로 수색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팽목항과 동시에 시신 확인작업도 진행됐다. ‘체육복을 입은 신원이 확인 안 된 남자’라고 스크린에 문자가 뜨자 10~20여 명이 몰려갔다. “○○○ 학생 부모님 단상에 올라오세요”라는 방송이 나오면 울음부터 터트렸다. 체육관 입구에도 신원 확인용 문구 등이 붙어 있었다. A4용지에 ‘긴 머리에 점퍼 차림,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등을 적어 게시했다. 용지마다 20여 명씩 몰려 눈물을 쏟았다.

  희생된 최성호씨 유가족은 체육관 스크린에 뜬 인양자 정보를 보고 해경에 “시신이 어딨느냐”고 물었다. 유가족은 해경의 말에 따라 목포한국병원에 갔다. 하지만 이 병원에선 “해경에서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해서 되돌아왔다. 유족들은 “해경은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하루 종일 시신이 도착한 목포시내 장례식장은 공간이 모자라 유가족들이 항의했다. 일부 시신은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여유가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시신 확인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유가족이 “확인도 하지 않고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거칠게 따졌다. 목포중앙병원 장례식장은 5구를 안치할 수 있지만 이날 하루에만 8구의 시신이 들어왔다. 해경은 검안을 마치고 3구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목포기독교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대 6명의 사망자를 받을 수 있지만 20일 현재 시신 10구가 들어와 검안을 기다렸다. 목포한국병원에도 5구의 시신이 안치됐다. 시신 확인이 더딘 것은 유전자(DNA) 확인 절차 때문이다. 해경은 지난 18일부터 사망자 시신이 바뀌는 등 혼란이 빚어지자 재발 방지를 위해 20일부터 DNA 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4시간 정도 걸린다. 목포중앙병원에서는 유가족이 “한시라도 빨리 안산으로 가야 한다”고 하자 경찰이 “DNA 확인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막아서면서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목포=신진호 기자, 진도=위성욱·장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