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망명한 북괴운전사는 북구정보공작 총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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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헬싱키=주섭일 특파원】서방측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핀란드」주재 북괴대사관 운전사 김학정은 대리대사 장대희의 전속운전사로 신분을 위장하고 북구의 북괴 각 공관의 공작을 총지휘, 대사보다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공작총책이었다고 「헬싱키」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25일 말했다.
북구주재 북괴 각 공관에서 입수하는 정보는 일단 김에게 보내지며, 김은 막대한 양의 정보를 종합해 평양에 수시로 보고해 왔다는 것이다. 또 김과 함께 망명한 「스웨덴」주재 북괴 외교관은, 대사관 요리사라고 전해졌으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를 부인, 아직 그 신분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50세 전후의 김은 노동복차림에 신의주 고무공장 노동화를 신어 겉으로는 공작두목으로 볼 수 없는 인상이라고 한다.
김이 마지막으로 대외적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3월 하순으로 망명요청 한달 전이다. 당시 김은 북괴적십자부위원장 손성필 을 마중하기 위해 대리대사 장대희와 함께 「헬싱키」공항에 나왔다. 김은 이때도 두 사람 앞에서 뽐내고 있었다는 것.
북괴측의 많은 정보를 가진 김 등을 체포하지 못한 것은 마약 등 밀수사건으로 인한 북괴의 위신실추보다도 더욱 큰 타격이 되며 이 때문에 대리대사 장대희는 숙청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등 2명은 북괴공작원이나 소련비밀경찰(KGB)의 추격이나 암살가능성을 피해 양국공관이 없는 서방세계의 국가로 피신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나와있다.
첫째는 「헬싱키」의 「일타·사노마트」지의 보도대로 「헬싱키」에서 여객선 편으로「스톡홀름」으로 빠져나간 이들은 「코펜하겐」까지 가서「덴마크」경찰에 북괴공관원의 마약밀수에 관한 정보를 제보한 뒤 서독으로 갔다는 것이다. 「스웨덴」신문 「토르혹노스」지의 「헬싱키」특파원 「쿠·르페」기자도 「덴마크」경찰이 이 망명사건을 6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쿠·르페」기자는 25일 『어디서 정보를 얻었느냐』는 본 특파원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두 번째 설은 김 등이 「헬싱키」에서 직접 제3국의 안전지대로 빠져나갔다는 것.
따라서 「핀란드」정부는 북괴 공관원의 정치망명을 처음부터 알고 비밀리에 안전조치를 할 수 있었다는 추측이다.
「헬싱키」주재 북괴대사관에는 수많은 지원 공작원이 도착했으며 007식의 무기도 휴대, 김 등을 사로잡지 못할 경우 암살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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