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0월이 오면 무엇보다 휴일이 많아서 좋다. 개미 체 바퀴 돌듯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우리 가정 주부들에게 아빠의 휴일은 여러 가지 기대가 크다. 휴일마저도 업무 때문에 아빠가 근무를 해야 할 땐 그 날을 기다리며 산 아이들과 나는 크나 큰 실망에 빠지고 만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귀가하여 얼굴조차 보기 힘든 탓인지 아빠가 조금만 일찍 들어와도 휴일, 집에만 있어 줘도 아이들과 나는 잔칫날 만난 것처럼 마음이 들뜨게 된다. 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벌써부터 달력 장엔 빨간「크례용」으로 휴일을 동그라미로 표시해 놓았다. 유난히 크게 그려서인지 쉽게 눈에 띈다.
거울 위에 위치한 달력 장에 눈이 자주 가는 아빠는 그 때마다 겸연쩍게 웃곤 하신다. 식구들이 기대를 걸어 보는 연휴다. 시장 길과 집안만 맴도는 아내를 위해서, 학교 길과 집만 오가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아빠가 이번 휴일만은 가까운 야산에라도 함께 동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현도<서울 강남구 천호동 210의 9 배왕군 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