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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로디지아」실현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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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잘하면 악명 높던「아프리카」의 백인지배국가 「로디지아」에 마침내 흑인정권이 들어서게 될 것 같다. 「이언·스미드」 「로디지아」수상은 2년 안에 흑인에게 정권을 이양하기 위한 「키신저」미 국무장관의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인 소수정권이 종주국이었던 영국의 점진적인 흑인참정권 확대 정책에 반대하여 영 연방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지 11년 만이고 영국의 식민정치가 「세실·로스」(「로디지아」란 국명도 여기서 따왔다) 가 이 땅을 정복한지 약1세기 만이다.
「스미드」정권이 받아들인 정권이양의 절차는6주안에 흑백과도정부수립 흑인들의 동등한 참정권을 입법화하기 위한 헌법회의소집 선거실시의 순서이며 이 과정에서 흑인통치의 「로디지아」가 싫어 떠나거나 재산의 피해를 받는 백인에 대해서 18억「달러」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2년 내 정권이양」이란조건은 작년 흑인 온건파 지도자 「조슈아·엔코모」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이 제시했던 조건과 똑같은 것인데 그때는 완강히 거부했던 「스미드」정권이 1년만에 굴복한 것은「키신저」의 왕복외교가 주효했고「로디지아」의 후견 국이랄 수 있는 같은 백인국가 남「아프리카」가 경제원조단절을 경고했기 때문이었다.
「포르스터」남아 수상과「키신저」는 서로 다른 속셈을 가지고『「로디지아」희생』에 합의할 수 있었다.
「키신저」는「앙골라」사태에 소련·「쿠바」가 군사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상처받은「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고「포르스터」는 마지막단계에 이른 인종격리정책을 완성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키신저」와「포르스터」의 배짱이 맞는 점이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남부「아프리카」흑인 국가를 온건화 시키는 일이다.
「잼비아」·「모잠비크」의 대「로디지아」국경봉쇄, 소위 흑인전선국가들의「게릴라」전 지원 등으로 이미 주변 흑인국가와 전쟁상태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로디지아」는 자칫하면 소련 세의 침투를 유발하고 강경한 흑인단체의 무력 집권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그러나「로디지아」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란 곧 이들을 모두 협상「테이블」로 불러모을 수 있고 백인주도의 정권이양기간을 이용하여 협상에 긍정적인 온건파를 지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키신저」는『다가오는 우기에 예상되는 대규모「게릴라」공세를 견딜 수 있다 치자. 그렇다고 내년에도 견딜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스미드」수상을 위협, 설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미드」수상도 「키신저」안의 수락조건으로「로디지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해제와 전쟁상태의 종식을 들고 나왔다.
결국 빈사상태의「로디지아」백인을 희생시킴으로써 흑인원주민들은 독립을, 남「아프리카」는 시간을, 그리고「키신저」는 남부「아프리카」국가들의 친 미화 내지는 온건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키신저」와「포르스터」의 복안에 대해「로디지아」와 인접해있는「탄자니아」·「잼비아」「모잠비크」·「보츠와나」·「앙골라」의 흑인전선5국은 쐐기를 박고 나섰다. 과도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흑백회의는「로디지아」밖에서「짐바브웨」(「로디지아」의「아프리카」식 명칭)인민의 정당한 대표자들이 모여 구성돼야 된다고 수정제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되면「로디지아」국내에 있는 온건파들은 소외되고「모잠비크」「잼비아」등에 기지를 둔 흑인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잡을 공산이 커진다.
3만2천㎞를 왕복하며 목이 쉬고 기미가 낄 정도로 정력을 소비했던「키신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를 판이다. 「로디지아」문제를「아프리카」인의 입장에서 접근하지 않는 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있는 흑인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운 국면인 것 같다.<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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