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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나이 논란 … '남녀 5세부동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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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모(28·여)씨는 지난달 목욕탕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꽤 몸집이 큰 남자아이가 여탕에서 주변을 계속 맴돌며 서씨를 쳐다봤기 때문이다. 기분이 언잖아 "몇 살이냐"고 묻자 옆에 있던 아이 엄마가 "애한테 왜 그러느냐"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서씨는 "한눈에 봐도 다 큰 청소년 같았다"며 "부모 눈에나 아들이 애로 보이지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남자나 마찬가지다. 기분이 나빠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고 푸념했다.

예로부터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남녀가 7세를 넘으면 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다)'이란 말이 있지만 목욕탕에서는 몇살부터 남성과 여성을 따로 구분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현행 법에 따르면 목욕탕에서 만5세가 상한 연령이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만 5세 이상이면 남녀가 함께 목욕업소나 탈의실에 들어갈 수 없다. 이를 어기고 들어갔다 적발되면 목욕탕 주인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앞으로는 이 나이 기준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남녀 혼욕(混浴) 금지 연령 상한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영양 조건이 좋아져 아이들이 성(性)적으로 발육이 빨라진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1999년 입법 당시 만7세이던 혼욕 금지 상한 연령은 2003년 만5세로 한차례 낮춰졌다.그럼에도 적잖은 여성들이 여탕에 출입하는 다 큰 남자 아이들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는 민원을 계속 제기해왔다.

이런 불만을 반영해 한국목욕업중앙회는 지난 2월 현재 만 5세 기준에서 ‘만(滿)’을 떼자는 의견을 복지부에 전달했다.목욕탕업계의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연령 상한은 아예 폐지되기보다는 지금보다 1~2세 정도 낮춰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연령 조정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개선안을 추진했으나 검토에 그쳤다. 맞벌이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 부모 이혼으로 인한 조손(祖孫)가정 등에게 불편과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에도 참고할만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실제로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혼욕(混浴)이 가능한 나이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성가족부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부처의 의견을 묻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연령별로 상황별로 의견 차이가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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