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누비는 소 극동함대 심각한 위협 느끼는 연안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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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0여년동안 급속히 증강되어온 소련의 해군력이 최근 극동함대를 중심으로 태평양쪽으로 강력히 진출하면서 주변 연안국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중공·일본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국들의 경고가 되풀이되는가 하면 유명무실했던 미·호·「뉴질랜드」3국방위동맹체인「앤저스」까지 들먹거리고 있다.
중공은 워낙 소련과 노골적인 적대관계에 있어 왔으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태평양연안국가들은 지중해·인도양에서 미국해군력과 대등한 전력을 갖추어 가는 소련의 해군력을 세계적인「힘의 균형상태」로 평가, 막연한 불안을 느껴왔었다.
그러나 최근 불과 2∼3년 동안 팽창된 소련의 극동함대는 이들 국가들에 대해 현실적인 위협이 되있다.
미국의 내해라고 불리었을 정도로 미7함대의 독무대였던 태평양해역에 소련이 군사력을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동안「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한 소련의 극동함대는 30%가 증강되는가하면 화력면에서는 3배로 늘어났다.
현재 소련 극동함대의 전력은 함정 7백50척에 1백20만t선으로 이중전략「미사일」을 장비한 핵잠수함이 40여척에 이르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72척에 60만t으로 숫자면에서 열세에 놓여있다. 그러나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한 미7함대의 월등한 전력으로 균형이 유지되어있다.
미국의 핵전략 보호 밑에 안주하던 태평양 연안국들이 최근, 특히 올들어 심각한 경계의 빛을 띠게 된 것은 소련해군이 동해·「오끼나와」근해 등에서 기동연습을 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남태평양의 소국들에 대해 원조·외교공세를 벌이면서 기지를 얻으려는 노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75년의 동지나해에서의 기동연습에 이어 지난7월초「오끼나와」근해에서의 기동연습을 비롯, 인도양-대한해협-동해로 빈번히 연결되는 소련함대의 움직임은 군사적인 위협은 물론 해운에 경제활동의 전부를 의존하고 있는 일본에 심각한 위협이 돼있다.
더우기 소련이남태평양의 소국「통가」왕국에 국제공항을 건설해주는 댓가로 어업기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절실한 위협을 느끼고있다.
호주·「뉴질랜드」가 지난 6월부터 이에 대처할 대평양방어체제 강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호주·「뉴질랜드」등이 시기적으로 거의 동시에 소련해군력의 증강에 우려를 표시했다는 사실은 이들 국가가 미국을 중심으로한 공동전선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호주·「뉴질랜드」수상의 일본·중공·미국방문에 이어 4일 끝난「앤저스」이사회에서 소련의 남태평양침투를 실력으로 저지하기 위해 협동하기로 결의한 일련의 움직임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 평가돼야할 것이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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