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행운은 그냥 오지 않는다 … 운 좋은 사람을 따라 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4.04.13 04:23

2012년 ‘회의주의에 입각한 패러노멀 현상 조사 위원회’(CSI) 모임에서 발표하고 있는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

“깊이 없는 사람은 행운을 믿고,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 미국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이 한 말이다. 19세기엔 그랬는지 모르지만 오늘날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나 운칠복삼(運七福三)이 더 가슴에 와 닿는 시대다.

20·21세기는 과학의 시대다. 행운도 불운도 과학의 연구 대상이라는 학자가 있다. 리처드 와이즈먼(심리학) 하트퍼드셔대 교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행운에 대해서도 원인·결과 분석이 가능하다. 남들보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운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행운은 학습이 가능한 사고·태도·행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10대에는 마술사로 성공했던 와이즈먼 교수의 연구 분야는 행운·불운, 속임수, 초상현상(超常現象, paranormal phenomena) 같은 것들이다. 왠지 의심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국 명문대 에든버러대(윤보선 대통령이 고고학 학사 학위를 받은 대학) 심리학 박사인 와이즈먼 교수는 영국심리학회지(BJP)·미국심리학회지(AJP),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사이언스에도 논문을 실은 어엿한 ‘주류’ 심리학자다. 와이즈먼 교수는 11권의 책을 집필했는데 『행운 인자(The Luck Factor·幸運 因子])』(2003)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3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행운·불행에 대한 8~10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담은 역저다.

운 좋은 사람들, 인맥에서 금맥 캐
연구 배경은 이렇다. 이게 궁금했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돈을 피하려고 해도 자꾸만 돈이 따라다니는’ 사람도 있다. 차이가 뭘까. 과학으로 원인을 풀어보기 위해 신문에 광고를 냈다. “‘나는 항상 운이 좋다’ 혹은 ‘나는 항상 운이 나쁘다’는 분 중에서 행운 연구에 참가하려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18세 학생에서 은퇴한 84세 회계사까지 400명이 실험·인터뷰·시험으로 구성되는 연구에 참가했다.

‘운이 좋은 사람(이하 행운인·幸運人)’과 ‘운이 나쁜 사람(이하 불운인·不運人) 사이의 차이를 발견했다. 생김새·지능과 같은 요인하고는 관계가 없었다. 마치 자석(磁石)처럼 행운을 끌어당기는 행운인들은 다음 4가지가 달랐다. 첫째, 행운인은 기회를 맞게 될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행운인은 기회를 잘 만들고, 포착하고, 기회에 잘 반응한다. 한마디로 찬스에 강하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행운인은 ‘행운 네트워킹’에 능하다. 그들은 인맥에서 금맥을 캔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에서도 기회를 포착해 불독처럼 물고 늘어진다.

행운인은 신체언어(body language) 구사를 잘한다. 행운인·불행인의 언행을 촬영해 분석해보니 행운인은 불행인보다 더 자주 웃고 남들과 눈을 더 자주 마주쳤다.

행운인은 삶에 대한 태도가 느긋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 개방적이며, 사물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본다. 이 세 가지 덕분에 행운인은 신문·잡지를 보다가도 기회를 잡는다. 와이즈먼 교수는 피실험자들에게 신문을 나눠주고 신문에 사진이 몇 개나 있는지 세보라고 했다. 불운인은 약 2분이 걸렸다. 행운인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신문 2페이지에 “그만 세도 됩니다. 이 신문에는 사진이 43장 실렸습니다”라는 반 페이지 크기의 안내문을 실었다. 활자 크기는 2.5㎝. 행운인은 봤고 불운인은 못 봤다. 불운인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줬다. 신문 중간에 “이 안내문을 봤다고 말하고 700달러를 받아 가세요”라는 문구를 실은 것이다. 불운인들은 이 안내문도 못 봤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어떤 커피숍으로 가라고 했다. 행운인은 커피숍 근처 보도 위에 놓인 10파운드짜리 지폐를 발견했다. 불운인은 못 봤다. 왜일까. 불운인은 뭔가에 골똘하다. 심리 테스트를 해보니 불운인은 긴장감·불안감의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기회도 흘려 보내는 경향이 있다.

둘째, 행운인은 예감 능력이 좋다. 예지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린다. 감이 좋은 것이다. 게다가 행운인은 명상이나 기도 같은 활동으로 ‘촉’을 한층 더 예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거짓말 혹은 정말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틀어주고 진위를 가려보게 하는 테스트를 했더니 역시 행운인들이 더 정확했다. 불행인은 잘 속는 경향이 있다. 셋째, 행운인은 행운을 기대한다. 삶은 살 만하다고 믿는다. 낙관적·낙천적이다. 행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행운인은 과거의 좋은 일을 회상한다. 불운인은 끊임없이 불행했던 순간을 반추한다.

행운·불행에 있어서도 자기충족예언(自己充足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이 들어맞는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말은 씨가 된다. 좋은 씨를 심느냐 나쁜 씨를 심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여기서 ‘씨’는 생각·태도·실천이다.

와이즈먼 교수의 행운 연구는 행운·불행과 온갖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측정했다. 미신하고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봤다. 행운인이나 불운인이나 미신을 믿는 정도는 비슷했다. 한데 행운인은 미신 활동도 긍정적이다. 예컨대 손가락을 교차시킨 다음 소원이 이루어지라고 빌고 주문을 왼다. 불운인은 거울이 깨지면 하루 종일 전전긍긍한다.

평소 습관 깨는 게 행운의 출발점
넷째, 행운인은 불운을 행운으로 바꿀 줄 안다. 행운인은 오뚝이다. 나쁜 일이 생겨도 심리적인 기법(psychological techniques)을 동원해 극복한다. 예컨대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면 ‘목이 부러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행운의 원칙 4가지를 발견한 와이즈먼은 불행인 120명을 모집해 ‘행운 학교(Luck School)’를 열었다. 한 달 동안 네 원칙을 가르쳤다. 졸업할 때 학생의 80%가 운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1년, 2년 후 졸업생들에게 다시 물어보니 효과가 유지됐다는 게 밝혀졌다.

물론 인과관계가 거꾸로일 수도 있다. 잘 웃어서 행운이 찾아 오는 게 아니라, 항상 불운하기 때문에 표정이 어두운 것이다. 하지만 행운·불운과 와이즈먼 교수가 주장하는 행운의 원칙 4가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행운 원칙 4가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와이즈먼 교수는 천재지변을 당하거나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완벽한 우연’은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인정한다.

와이즈먼 교수에 따르면 행운 부리기를 배울 수 없는 사람은 딱 두 종류다. 불운한 지금 이대로가 나름대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불행 자체가 자기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람들이다. 또 아직 준비가 안 된 사람들도 행운인이 될 수 없다. 4원칙을 습득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감당할 준비가 돼야 행운인으로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이 말이 생각난다.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생기는 게 행운이다.”

백문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이다. 무엇을 해볼 것인가. 와이즈먼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해보라고 권한다. 일상 습관에서 벗어나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안 먹어본 음식을 먹어라. TV에서 사극이나 뉴스만 본다면, 가요 프로도 보고 개그 프로도 보라. 하루 동안 생긴 좋은 일들을 일기에 적어봐라. 아무리 작은 행운이라도 적어라. 100원짜리 동전을 주었다고 기록하라. 천금도 그 시작은 한 푼이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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