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받을 생각 꿈도 꾸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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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라크 파병 지지 의원들에 대한 민주노총.참여연대 등의 낙선운동 움직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낙선운동을 방치할 경우 국회의 파병동의안 자체가 불발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盧대통령의 리더십에 상당한 손상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파병에 동의하는 여야 의원들의 홈페이지에는 '파병에 찬성하면 낙선을 각오하라'는 내용의 e-메일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의원 홈페이지에는 '다음 선거에서 표받을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마라' 'IP 추적할테면 하시오. 나는 OO시민운동가'라는 내용의 메일도 올라 있다.

한나라당 영남지역 한 의원은 "지역 시민단체에서 상경해 의원회관까지 찾아와 '파병에 반대하지 않을 경우 낙선운동을 할 것'이라고 통보하더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나라당 K의원 집에는 계란 투척사태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찬성 의원들에 대해 민주노총 등이 지구당 점거농성을 하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알려와 많은 의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낙선운동이라는 현실적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盧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에는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의원총회에서 정대철(鄭大哲)대표는 "찬성.반대하는 의원 모두 애국적 견지에서 고민하는 것"이라며 "내가 직접 시민단체를 찾아 설득하겠다"고 나섰다.

정균환(鄭均桓)총무도 "국회의원은 독립적 헌법기관인 만큼 자유로운 의사를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극단적 분위기가 의원들의 행동을 제약해선 안된다"고 했다. 김영환(金榮煥).이재정(李在禎)의원 등 파병안 반대 의원들도 사석에서는 이같은 의사를 적극 개진하고 있다.

盧대통령과 정치권의 이같은 호소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파병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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