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찾는 혜숙이가 가엾어서 뛰었지요"|담당지역 일일이「체크」…호구조사 가장 송여인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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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정불화 끝에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겠다는 혜숙양의 노력이 눈물겹도록 갸륵했습니다.
꼭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뛰었지요』
12일간의 소재수사 끝에 송씨의 은신처를 밝혀낸 서울 노량진경찰서 당곡피견소 근무 황규돈순경(31)은 마땅히 할일을 한 것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황순경이「가출모정수배」전봉을 손에 쥔 것은 3일 상오 8시쯤.
본서 상황실에서 때린 전봉에는『송정금·40세, 74년 8윌 초순께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집에서 가정불화로 가출』이라고 간단히 씌어있었으며 인상착의는『1백65㎝ 가량의 보통키에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몸은 뚱뚱한 편』이라고만 밝혀져 있었다.
황순경은 담당지역인 관악구 봉천1동 8통의 호구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통장과 반장집을 오가며 통·반적부를 일일이「체크」했다.
낡은 통적부를 반쯤 젖혀보니「펜」글씨로 희미하게 적은「송정금」이란 이름이 눈에「확」들어왔다.
관악구 봉천1동 673의60 이종렬씨(35·D제약 개발과장) 집이었다.
전 주소지 란에는『강원도 속초시』라고만 적혀 있었다.
동사무소에 들러 동적부를 대조한 결과 주민등록주소는 영등포구 목동 222, 주민등륵번흐는 371119∼2063113으로 돼있었다.
황순경은 일단 심증을 굳히고 15일낮 12시 호구조사를 가장, 이씨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어린이들을 보살피며 바느질을 하고있던 송씨는 정복차림의 황순경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엉뚱한 전주소와 이름을 댔다.
황순경은 일단 파출소로 돌아가 신문「스크랩」과 혜숙양의 편지(복사)를 챙겨들고 30분후 다시 송씨를 찾았다.
송씨의 특징적인 안짱다리·갈라진 손톱모양·눈썹의 흉터 등을 지적하자 송씨는 그때서야 모든 사실을 시인, 고개를 떨구었다는 것이다.
황순경은 충남 예산농고를 졸업하고 71년 4월10일 경찰에 투신, 종로·영등포 등지를 돌다 3월19일자로 노량진경찰서 당곡파견소에 발령을 받아 근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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