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돌아와 주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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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머니. 돌아와 주셔요. 철없는 어린 동생들이 엄마를 찾을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먼 하늘을 볼때마다, 먼 바다를 볼때마다, 하늘에 점점이 박힌 구름을 볼때마다 그리운 엄마의 얼굴만 마냥 떠 오릅니다』-.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14통5반 이혜숙양(·속초여중2년)은 2년전 나이어린 4딸을 두고 가출해 버린 어머니 송정금씨(40)를 찾는 애절한 사연의 편지를 30일 중앙일보에 보내 어머니의 귀가를 호소했다.
이양의 어머니 송씨가 집을 나간것은 74년8월24일밤. 남편 이선흠씨(49·어부)와 말다툼을벌인끝에 이양과 혜정 (12·속초중앙국교5년) 수미(8) 수영(5)양등 4자매를 두고 홀흘 떠나버린 뒤 소식이 없다는 것.
이양은 오징어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 며칠씩 집을 비우기가 일수인 아버지대신 어린동생들을 들보 느라고 학교를 못 나갈때도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해만 지면 엄마를 찾아 달라고 칭얼대다 잠들지만 아침이면 또 엄마가이실까 기다리는 어린동생들의 말없는 얼굴이 참으로 애처롭습니다』고 이양은 호소하고 있다.
어머니를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던 이양은 주민등륵증 갱신때는 행여 어머니가 주민등록을 하러 나타날까하고 며칠씩 동생들의 손을 잡고 동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고 했다.
궁리끝에 이양은 어머니와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신문사로 보낸 다면서『우리들에게 어머니를 찾아 주실수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국민여러분께서 하루에 1초씩만 주위를 살펴주시면 우리엄마를 꼭 찾을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양은「어머니께 올리는 편지」에서『어머님, 3살이던 수영이도 5살이 되었고 지금도 아버지와 같이 자면 아버지의 귀를잡고 자는 버릇이 그낭 있습니다. 하오6시 학교국기게양대에서 국기하양식을 할 때마다 정신없이 놀다가도 차렷 자세로 서있는 모양은 참 귀엽고 깜쩍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수영이와 우리들이 보고 싶지도 않으셔요?』하고 비정한 모정의 귀가를 호소했다.
이양은 얼마전 작문시간엔「엄마의얼굴」이란 글을 써 급우들까지 울먹이게 했다.
『엄마에게 졸라대며 돈10원씩 얻어 과자를 사먹던 철 없는 시절이 그립다. 희미한 엄마의 웃는 모습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누구든지 나에게 엄마에 대해서 얘기하면 눈물이 괸다.』이양의 글은 절절히 어머니에대한 그리움으로 점철돼 있었다.
이양은 또「어머니께 올리는글」에서『혜정이는 4월에 학교에서 1등을 해 우등상을 탔으나 5월에는 9등을 해 아버지께 혼이 났읍니다』고등생들의 소식을 소상히 적기도 했다. 이양은 어머니의 걸음걸이가 안장 다리이며 엄지손톱이 갈라 졌다고 밝히고 발과 손톱모양까지 그림으로 자세히 그려 동봉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보통키(1백65㎝가량)에 몸은 좀 뚱뚱한 편 이라고 했다. 또 이양의 어머니가 갖고있을 구 주민둥륵증번호는140403∼206147번 이라고 자세히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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