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철주<연세대교수·물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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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언가를 해보려고 계획한 일의 실현 여부는 애초에 정한 범위와 열도에 다라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자기 분수에 맞는 의욕에다 적절한 실천력이 발휘된다면 유유자적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금년 여름방학 나는, 물론 자초한 일이지만 과다할 정도의 의욕을 실현키 위해 부득불 온갖 실천력을 발휘, 밀린 일들을 일소하는 반 방학 적인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정년 퇴직 때까지 연구와 식수를 계속하겠다는 내 자신의「3차 5개년 계획」을 미국인 친구에게 밝힌 적이 있다.
그때 그 친구의 말이 미국의 양반격인「보스턴」사람은 일생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첫째는 자녀를 낳아 잘 키우는 일, 둘째는 나무를 심어 기우는 일, 세째는 책을 많이 쓰는 일 세 가지를 꼽는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듯한 것이 그 세 가지다 대단히 어려운, 그러나 생산적인 일로 사회의 공헌도가 점차 넓어져 가는 때문이다.
돌이켜 내 자신을 생각해 본다. 나는 이미 5남매를 두었고 거기서 손자 손녀가 5명(장차15명 이상)이나 되었으니 첫 번째는 이미 졸업한 셈이다.
둘쨋번 식수도 과거 5개년간에 1만 그루 이상이나 나무를 심었다. 세 번째의 논문과 책은 각각 수십 권을 발간해서 언뜻 보기에는 졸업을 한 것도 같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10년에는(2차 및 3차 5개년 계획)더 꾸준히 계속해야 하겠기에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는 소위「바캉스」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야한다.
과학의 최전선에서「드릴」과 도전에 가득한 연구와 저술을 하는 정신노동과 목가적인 전원 풍경 속에서 나무를 가꾸는 육체노동이 주기적으로 교대하여 계속 될 것이다.
그런 중에도 고전음악 감상과 TV의『동물의 왕국』과 명화극장도 빼놓지 않으려니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더구나 이렇게 신문에까지 썼으니 이제는 도리 없이 과다 의욕을 실현하는 고난을 통해 기쁨을 발견하도록 나를 몰고 가는 일에 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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