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사장 84%가 중산층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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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현대 기업에서 기업의 「권력 엘리트」로 각광을 받는 최고 경영자들의 출신 배경과 학력·전공·종교·연령·정당 관개 등이 195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포춘』지가 미국내 주요 기업·은행·보험회사 등의 최고 경영자 8백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고 경영자의 84%가 중산층 출신으로 1950년대의 60%보다 크게 늘어났고 학력도 반수 이상이 주로 경영학과 법학을 전공한 대학원 졸업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최근 4반세기 동안에 최고 경영자는 부유한 가문과 「앵글로-색슨」의 백인 청교도 출신으로 소위 WASP「마크」가 붙어야 한다는 종래의 관념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셈이다. 이제 오히려 미국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중산층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부유층 출신 줄어>
반면 지난 4반세기 동안 부유층 출신의 최고 경영자수는 급격히 감소해 50년대에는 40%였던 것이 이제는 전체의 5.5%밖에 안 된다는 것. 이와 함께 1920년대에는 15%로 약간의 증가 추세를 보였던 빈민층 출신의 최고 경영자수도 점차 감소 추세를 보여 현재는 9.3%.
최고 경영자들의 종교적 배경도 1950년대까지만 해도 3분의1이상을 차지했던 청교도 출신이 이제는 4분의1로 줄어들었다. 현 최고 경영자들의 종교는 성공회25%, 장로교20%, 「가톨릭」18%, 감리교8%, 유대교7%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법학계 진출>
최고 경영자의 근무 경력도 과거의 「엔지니어」나 관리·설계직 출신보다는 경리·법률직 출신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리·법률직 출신의 이 같은 대거 등장은 국제적인 기업 규모의 확장에 따른 재무관리와 점차로 심해지는 정부의 기업 규제를 타개하기 위한 법률 지식의 필요성이 고조되어 있기 때문.
학력 수준도 50년대까지만 해도 15%에 불과하던 대학원 출신이 이제는 50%를 훨씬 넘고 있다. 50년대까지 미국 기업인들의 4분3이 공화당을 지원했던 정당 배경은 70년대에 들어오면서 중립 내지는 「탈 정당」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저한 탈 정당>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던 최고 경영자수는 모두가 급격히 감소한 반면 탈 정당주의자는 50년대의 4%에서 36%로 9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주로 지난 4년 동안에 급격히 일어났다. 이는 「워터게이트」사건 등으로 기업인들의 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몹시 회의적으로 선회한 데서 비롯된 듯 하다.
그러나 최고 경영자들의 정치 신념은 자신들은 「중도」를 표방하지만 과거의 급진적 자유주의에서 점차 보수주의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최고 경영자가 된 연령은 대체로 반수 이상이 45∼55세 사이였고 현 연령은 55∼59세가 33.7%로 가장 많고 60∼64세(26%), 50∼54세(22.4%)의 순으로 60대가 가장 많던 과거보다 훨씬 젊어지고 있다.

<자기 회사 경력 80%>
한편 3분의1이 자기 근무 회사의 말단직에서부터 진급해 올라갔으며 한번 이상 근무 회사를 옮기지 않은 사람이 34.6%로 두 번 이상 옮긴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최고 경영자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자기 회사에서의 근무 경력이 80.4%로 거의 절대적이었고 타 회사에서의 경력 34.4%, 상속이나 족벌 관계는 9.3%밖에 안됐다.
최고 경영자들이 가진 주식은 1백만「달러」어치 이상이 29.8%로 가장 많고, 10만∼50만 「달러」가 28.9%, 50만∼1백만「달러」가 15%였으며 하나도 없는 사람이 9.8%였다.

<회사 옮기지 말 것>
『포춘』지가 조사한 8백명의 최고 경영자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캐더린·그레이엄」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인 남자들이었다.
결국 이 같은 조사 통계는 현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 출세하는 길은 ▲한 회사에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근무할 것 ▲경영학이나 법학 석사 학위를 가질 것 ▲회사를 자주 옮기지 말 것 등으로 요약 할 수 있다.<미『포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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