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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The New York Times

미국은 1등이 아니란 말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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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NYT 칼럼니스트

우리 미국인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부유하며 자유롭고 축복받은 나라라는 자화자찬을 들으며 자랐다. 1인당 국민소득은 노르웨이가 더 높고 평균수명은 일본이 더 길지 모른다.

그러나 전 세계는 NBA와 가수 케이티 페리에 열광하고 아이폰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위풍당당한 미국 항공모함에 덜덜 떨고 중앙정보국(CIA)을 꼬치꼬치 비난한다. 우리 미국은 1등이다!

 그러나 살기 좋은 국가 순위를 보면 미국은 132개국 중 16위에 불과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이는 미국의 경제·군사력이 보통 사람들의 복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발전지수(SPI)를 보면 미국은 고등교육 접근 부문에서만 뛰어난 성적을 보일 뿐이다. 보건은 70위, 지속가능한 생태계는 69위였다. 기초교육, 수자원·위생 접근, 개인 안전은 각각 39·34·31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모바일과 인터넷 접근에서 실망스럽게도 23위를 차지했다. 미국인 5명 중 1명이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과 부분적으로 맞물려 있다. “이는 실리콘 밸리를 가진 나라에서 놀라운 일로 일종의 경고”라고 SPI를 맡고 있는 사회발전조사기구의 마이클 그린 사무국장은 말했다. 아동 교육보다 드론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복지 서비스 예산을 줄인 결과다. SPI 1위는 뉴질랜드다. 스위스·아이슬란드·네덜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SPI는 세계경쟁력보고서 개발에 참여했던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고안했다. 공화당원인 포터 교수는 지금까지는 경제 지표에 중점을 둔 연구를 해왔다. 그는 “이 작업은 나에게 하나의 여정(journey)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요인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과세 정책과 규제가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치지만 교육과 보건, 사회의 포용성 또한 경제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포터는 전문가들과 함께 자살, 재산권, 학교 출석률,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태도, 여성을 위한 기회, 종교의 자유, 영양, 전기 접근성 등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2년간 연구해 SPI를 완성했다.

빈곤층에 대한 의료보험 및 식품 구매권 프로그램과 더불어 공공서비스도 축소하자는 공화당의 복지예산 절감안 지지자들은 그렇게 해야 미국의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믿는다. 그러나 SPI 보고서를 읽다 보면 현실은 그와 반대다.

 19세기만 해도 자국에서 올라설 기회(opportunity)를 찾지 못한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러나 현재 아일랜드는 SPI에서 미국보다 한 단계 높은 15위다. SPI 전체 순위뿐만 아니라 그 기회 부문에서도 미국을 앞섰다. 캐나다는 7위를 차지해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독일은 12위, 영국은 13위, 일본은 14위를 차지했다. 최하위는 아프리카의 차드공화국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부룬디, 기니, 수단과 앙골라가 간신히 최하위를 면했다. 포터 교수는 ‘아랍의 봄’을 겪었던 국가들의 경우 기회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유도하는 뿌리 깊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포터 교수의 말대로 이것이 사회 분란을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면 러시아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은 이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모두 기회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코스타리카·필리핀·에스토니아·자메이카는 자신들보다 훨씬 부유한 국가보다 높은 순위에 올랐다. 아프리카에서는 말라위와 가나, 라이베리아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방글라데시(99위)는 소득이 더 높은 인도(102위)를 앞섰고, 우크라이나(62위)는 러시아(80위)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90위를 차지한 중국은 가난한 이웃나라 몽골(89위)보다 순위가 낮았다. 중국은 기초교육 부문에서 선전했지만 개인 안전이나 정보 접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SPI 순위는 한 국가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1975~2006년 미국 경제는 프랑스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프랑스 국민 99%는 미국 국민 99%보다 많은 혜택을 누렸다. 최상위 1%를 제외하면 프랑스의 보통 시민은 미국의 보통 시민보다 평균적으로 더 잘살았다. 미국에서 동반 성장과 기회의 결여는 사회 발전의 뒷다리를 잡았다.

 쉬운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어디에서 시작할지는 분명하다. 기초 교육과 보건 의료다. 특히 효과가 가장 높은 생애 초기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다 많은 기회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회 정의와 형평의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SPI는 그것을 넘어 사회 건전성과 국가경쟁력 또한 복지 서비스와 기회의 확대에 달려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NY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