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 지망자가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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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특히 구미 선진국 등에서 생활의 안정과 물질적 풍요에 반비례해 성직지망자수가 격감추세를 보이고있는 성소문제는 현대 종교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의 하나가 되고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이들과는 달리 성소에 응해 사제나 목사·승려가 되려는 성직지망자 수가 증가현상을 보이고 있어 종교의 앞날에 밝은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성직자의 질적 저하문제나 신도수의 증가를 따르지 못하는 성직자의 증가 및 그 전조가 약간씩 나타나고있는 성직지망 기피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최근 3년 동안의 우리 나라 주요 신학대학 입학지원자수를 보면 서울「가톨릭」신대, 예수교 장로회 신대 등과 수계 득도승려자수는 매년 증가하는 반면 일부 신대는 지원수가 약간씩 줄어들고 있다.
서울「가톨릭」신대의 경우 정원 75명 모집에 95명 지원(75년)에서 1백1명(76년)으로 지원자수가 증가했고 예장신대(모집신입생 30명)도 36명(74년), 38명(75년), 41명(76년)으로 지원자가 증가했다. 한편 비구·대처 분규 등으로 한동안 정체해있던 불교도 수계득도로 불가에 입문하는 승려수가 74년 4백84명에서 75년에는 5백7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4월말 현재까지 새로 수계한 승려가 5백여 명에 이르고있어 연말까지는 훨씬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학대학과 감리교신학대학의 경우는 입학지원자가 약간씩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 한신대(모집정원 50명)는 74년=53, 75년=52명, 76년=46명으로 줄어들었고 감신대(정원50명)도74년=57명, 75년=54명, 76년=51명으로 감소했다.
물론 신부 인품이나 목사 안수를 받기까지에는 신학대를 졸업 후에도 거쳐야하는 과정이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중 탈락자도 있지만 일단 신대지원자를 성소를 따르려는 자로 간주했을 때 이 같은 통계숫자는 대체적으로 성직지망자수의 증가 내지는 현상유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도 심사를 거쳐 서품을 받아야되는 신부의 경우는 상당수가 자의·타의로 도중 탈락한다.
각 교파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신대 졸업 후 3년 동안 교역경력을 쌓고 준목고시 등을 거쳐야 되는 개신교목사의 안수는 거의 탈락자가 없다고 한다.
불교에는 뚜렷한 자격기준의 규정은 없지만 정식 승려가 되려면 대체로 출가 후 3년 이상의 고행기간을 거치고 사미계를 받아 득도해야 된다. 대체로 성직자나 승려가 되기까지에는 10년 가까운 수련과 고행을 쌓아야한다.
근래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은 일반대학 졸업생의 신학대학 학사편입이 많아지고 있고 일반평신도들의 야간 신대 입학이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예장신대의 경우는 60명 정원에 30명만을 입학 지원생으로 모집하고 나머지는 2학년 때 일반대학의 학사편입생을 받고있으며 감신대도 매년 상당수의 학사편입생이 들어오고 있다.
조향록 한신대 학장은 이 같은 성직지망자의 증가요인을 『불안한 사회 현실 속에서 종교를 통해 궁극적인 가치를 추구하려는 열망과 아직도 우리 나라에는 종교를 통한 사회와 역사에의 기여 폭이 넓은데 기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부 선진국처럼 성직지망자가 감소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는 근원적 진리라는게 인정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며 따라서 한국종교의 현실은 밝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용록 신부(천주교서울교구)는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나라도 생활수준의 향상과 일반 사회가치기준에서 성직의 상대적 가치저하와 함께 성직을 과히 열망하지 않는 현상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수적 감소보다도 성직자의 질적 저하문제를 우려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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