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무인기, 소청·대청도 해병대 찍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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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31일 백령도에 떨어진 무인항공기는 서북도서 일대를 지그재그식으로 다니며 정밀 촬영한 뒤 백령도에 도착한 직후 추락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추락한 항공기에 남아있는 사진을 판독한 결과 무인기는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에 도착했다”며 “백령도에서의 사진 촬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에서 발진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는 출발 직후 리모트 컨트롤(원격 조종 장치·리모컨)로 조종하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사전에 입력한 좌표에 따라 움직였다”며 “소청도에 이르러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섬 주요 시설들을 촬영한 뒤 대청도로 이동했고, 대청도에서도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촬영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소청도·대청도 등엔 우리 해병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군과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이 무인기의 추락 원인은 연료 부족에 따른 엔진 정지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첫 촬영이 소청도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북한 지역에서 소청도로 직접 날아와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 촬영 후 복귀를 시도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발견된 무인기의 연료통을 분석한 결과 남아 있는 연료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북도서 지역을 비행하다 연료를 모두 소모해 엔진이 정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 추락한 무인항공기의 추락 원인은 엔진 결함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단 관계자는 “추락한 항공기에는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는 충분한 연료가 남아 있었다”며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날려 추락했을 가능성도 고려해 봤지만 엔진 결함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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