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분산 위한 차등 징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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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구증가와 대도시 집중을 막기 위한 광범한 종합대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기대 되지만 이미 지적했듯이 너무 지엽적인 데만 집착하지 않는 획기적인 전환이 발휘되도록 당부하고 싶다.
이번의 종합시책은 경제기획원이 중심이 되어 관계부처가 망라된 합동연구「팀」이 마련하는 것으로, 여느 때의 산발적인 제안보다는 한결 종합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적어도 인구정책이 지금까지의 가족계획 중심에서 한 단계 탈피하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사실, 이제까지의 가족계획사업을 중심으로 한 인구정책은 이미 한계에 부딪쳤을 뿐 아니라, 국영기업의 지방이전이나 공장분산도 큰 정책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의 종합연구에 있어서는 이런 한계와 교착을 극복하기에 충분할 만큼 정책차원을 높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대충 알려진 기본방향으로 대도시 인구분산과 사회정책 및 제도개선이나 해외이민 등이 열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제들을 지금처럼 소관 부처별로 개별 분담시켜 산술적으로 종합하는 방식은 결코 효과적인 것이 못될 것이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결국 지금까지의 개별적인 접근을 단순히 양적으로만 늘려 놓을 뿐, 종합성을 기대하기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개별부처의 안목은 역시 그 나름으로 한계를 가질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기도 힘들 것이다.
바람직한 접근방식은 먼저 인구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 개별대책보다 먼저 검토·확정되고 그 지침에 따라 개별대책이 도입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인구문제의 요체는 결국 정치·경제·문화현실의 복합성에 있으므로, 이런 핵심요소들을 모두 적절히 조화시키면 오히려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역시 경제의 균형확대이다. 1차적으로는 농업과 공업의 균형확대라는 문제가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불균형은 인구문제의 가장 큰 맹점의 하나다. 시야를 인구문제에만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지금의 산업간·지역간의 개발 불균형은 사회적인 이익과 결코 양립될 수 없다. 소득과 고용기회가 골고루 분포되지 않는 한, 인구의 사회적 이동을 막을 도리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장 근원적이면서 가장 분명한 이치를 외면하지 않는 길은 인구정책을 경제정책으로 흡수하는 일이다. 이 양자를 따로 떼어놓고서는 효율적인 인구정책이 되기 어렵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과도한 중앙집권체계가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은 주지된바와 같다. 정부에서도 행정사무의 지방 이양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현된 성과는 지엽적인 것들뿐이다.
행정이나 공공 「서비스」의 중앙집중을 분산시킨다는 것 자체가 직접적인 인구분산에 기여함은 자명하다. 이제 행정 지방 이양의 단계적 확대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할 때가 아닌가싶다.
인구정책에 대한 이런 큰 줄기들이 다듬어진다면 나머지 일들, 예컨데 차등조세징수와 교육·주택·사회보장정책 등에서 인구억제를 위한 배려를 늘린다든지 가족계획이나 이민을 강화한다는 등 세부적인 대책은 쉽게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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