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맛 잃어가는 나주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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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유중국·「필리핀」·일본등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어 수출 전망이 밝은 나주배가 3년전부터 배단지에 적성병(적성병)등 병충해가 만연하고 30년이 넘은 늙은 배나무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해마다 그 특유한 맛을 잃고 생산량도 크게 줄고 있다. 「나주배」는 1920년 나주지방의 여름 기온이 섭씨30도로 배재배에 적당한데다 토질이 배나무 재배에 적합한 것이 밝혀져 그 해 나주군 금천면 원곡리 광탄부락에 금촌추·만삼고등 2종의 배나무 3백그루를 심은 것이 그 시초.
나주군 원예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배나무밭은 금천면·영산포읍·왕곡면·문평면등 15개 읍·면에 재배농가는 3천6백36호이고 재배면적은 9백4.1ha에 21만7천1백46그루.
75년 총생산량은 6천8백2t이나 되었다.
이는 초년 총재배면적 4백86ha에 5천5백91t 생산과 비교하면 재배면적은 5년동안 86%로 크게 증가했으나 생산량은 겨우 21%밖에 늘어나지 못했다는 것.
이같은 원인은 73년부터 군내 학교·관공서·농원등에 산재해 있는 향나무 15만그루(원예조합 조사·나주군 조사 3만3천여 그루)에서 서식하는 적성병균 때문이라는 것. 이 병균은 4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바람을 타고 배나무 단지로 날아와 배나무에 붙어 잎의 성장을 막으며 병균이 배에 옮기면 배가 떨어지고 굳어져서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것.
75년의 경우 적성병이 전체 재배면적 9백4ha중 83%인 7백59ha나 번져 모두 4백39t (싯가 5천여만원) 의 감소량을 보였다.
나주군 문평면 옥당리 황해봉씨(48)는 매년 5km 배나무 밭에서 3만관의 배를 수확했으나 지난해는 적성병이 온 배나무에 번져 3천관 밖에 거두지 못했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또 군내 21만7천1백46그루의 배나무중 30%인 6만5천여그루의 배나무가 30년 이상된 늙은 배나무로 열매가 잘 맺지않아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이 이 원예협동조합의 조사로 밝혀졌다.
이때문에 재배농가들은 군내 학교와 농원등에 산재해있는 적성병균을 옮기는 관상용 향나무를 모두 제거해 줄 것을 당국에 호소하고 있으며 30%에 해당한 30년 이상된 늙은 배나무를 신수·풍수·단배등 신품종으로 빨리 교체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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