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국회치고는 의안 다채|닻 올린 9대 국회 후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대 국회 후반 3년을 시작하는 회기 12일간의 단기국회가 막을 올렸다. 「원구성」이 이번 국회의 주제-. 그러나 여당은 긴급법안을, 야당은 국내정치와 관련된 질문 전 채비를 하고있어 단기국회치고는 「메뉴」도 풍성하고 다소 파고가 높아질 조짐도 없지 않다.

<"유정회서 편달해 주시오">
공화당과 유정회는 이번 임시국회가 여당권 요직개편 후의 첫 국회여서 「손발 맞는 여권」을 만들랴 다각대책을 검토. 그 시발로 공화·유정 합동의원총회가 12일 한차례 열렸고 이효상 공화당 의장서리는 『공화당과 유정회는 막상막하의 난형난제지간』이라며 『개인적으로 훌륭하신 유정회 의원들이 공화당의원들을 잘 지도 편달해 달라』고 했다.
9대 국회 전반에선 원내문제에 대한 공화당의 「독주」가 유정회쪽의 불평으로 나타난 일도 없지 않으나 잡음·부조·불필요한 경쟁 등을 없애려는 여권지도층의 노력은 한층 강화될 것 같다. 그 구체적 방안은 합동의총·원내발언의 균등부여·정책기능의 조정·공동정책연구「팀」구성 등등….
이런 문제점을 염두에 두었음인지 이영근 유정회 총무는 『과거 왕왕 공화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듯한 인상을 준 일도 있지만 단 한번도 유정회의 사전양해 없이 처리한 적이 없었다』며 『공화당과의 협조를 제1의 「모토」로 하겠다』고 천명. 여권단결의 제1보는 우선 상위장 선출에 이탈표를 막는 것. 그래서 여당은 상임위원장 선출 때는 내정자 명단을 인쇄하여 소속의원들에게 돌려주고 기표장에까지 갖고 들어가 참고토록 할 전략을 짜놓고 있다.

<말은 순하게 내용은 강하게>
신민당이 이번 국회에서 따지겠다고 벼르는 대정부 질문「품목」은 △서정쇄신에 따른 문제점 △교수재임명 △「유엔」정책 △석유시추결과 등 여러 가지다.
그 중에서도 3·1절 사건은 좀 까다롭다.
질의자로 내정된 김수한 의원은 신민당의 도전에 강경 대처하겠다는 김용태 공화당총무 말을 들추면서 우려의 빛을 감추지 못했고 질의자로 교섭을 받은 이룡희 의원도 『해야하느냐, 안하는게 좋으냐』를 놓고 고민.
이민우 국회부의장은 『말은 순하게 하면서도 얼마든지 강한 내용의 질의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대안을 제시.
신민당은 이밖에도 본회의와 상위에서 일본의 견제품 대한수입규제 등을 따지고 정부가 내놓은 저축증대법안·대마관리법안 등의 대안을 내 놓을 작정이다.
이중재 진의종 의원은 『저축증대법안은 「인플레」물가앙등을 감안할 때 실효를 보기 어렵다』고 비판.
유치송 박용만 의원 등은 『대마초를 피웠다고 무기징역은 너무 과하다』면서 벌금형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3·1절 사건 거론될까 신경>
여당이 이번 국회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문제는 재야의 「3·1절 정부전복 선동사건」.
지난 정기국회 때 김옥선 파동도 있었기 때문에 야당이 체제문제를 거론하면 「유신국회상」에 찬물을 끼얹게 되리라는 것이 여당의원들의 걱정이자 고민.
이 때문에 공화당 의원총회와 공화·유정 합동의원총회에서 두 차례나 이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책이 논의됐다.
김용태 공화당총무는 『야당이 양식에 쫓아 거론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제2의 김옥선」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내다보고 『극렬한 발언에 대해서는 제재할 것』이라고 결의를 표명.
여당은 예비조치와 강경 대처의 양면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당 간부들이 사전에 야당의 주류·비주류「보스」들과 접촉하는 것이 「예비조치」의 줄거리.
여당은 이 사건이 이미 입건된 이상 이를 거론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사법권 독립」의 이론으로 대야설득을 꾀하고 있다.
단순한 질문이나 내용을 알려는 발언은 정부에서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여당의 대응책. 그러나 한계를 넘어선 폭언이나 긴급조치 위반 발언은 국회법에 따른 징계조치도 불사한다는 움직임.

<내무·농수산위 희망 30명>
여야 총무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경합이 극심한 상임위원 배정을 둘러싸고 큰 진통.
공화당은 내무·농수산에만 30여명이 몰려 배정원칙을 새로 만들어 △17명의 당무위원을 위원회마다 1명씩 안배하고 △재선의원으로 감투를 못 쓴 의원은 상위를 바꾸어 간사직을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무위를 희망했던 이종근 의원이 건설에 그대로 주저앉았고 국방위의 민기식 의원은 본인이 계속 있기를 희망했으나 경과위로 전출.
내무위는 상공의 양찬우 의원이, 농수산위 부장이었던 이병옥 의원도 각기 당무위원자격으로 재무위로 옮겼다.
신민당은 공화당보다 사정이 더 어려워 황호동 의원을 제외한 국방위소속의원 전원이 타상위로의 전출을 희망했고 법사위와 외무위 소속 의원들도 모두 바꿔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법사위의 박한상 의원은 『변호사 노릇한 죄 밖에는 없는데 4대째 법사위에만 묶어두니 반신불수 의원이 된 것 같다』고 했고 이택돈 의원도 『내무로 희망했으나 안되면 국방이라도 갈 생각』이라고 단호한 태도.
전출 희망자가 살도하자 김은하 신민총무는 『의원도 전문화를 해야한다』면서 계속 현 상위에 유임토록 설득.
한편 유정회는 안보와 직결된 외무·국방으로만 몰려 지역구 의원들과는 대조적.
김종필 전 총리는 외무위를 희망했다는 후문.
무소속은 하도 말썽이 많아 아예 종전 그대로 두기로 했고 여야 총무단은 6월 임시국회에서 상위정수와 배정을 재조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불만 의원들을 회유하고 있다. <이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