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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301억, 김형섭 대표 20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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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태원 SK(주) 회장이 지난해 등기임원으로 있던 4개 계열사로부터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331억원으로 집계됐으나 200억원을 반납해 실수령액은 131억원이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김형섭 대표는 20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15년간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6월 퇴임한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의 보수는 퇴직금 159억여원을 포함해 176억2573만원이었다.

현직 전문 경영인 중에선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67억7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비등기 임원이라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태원 회장의 보수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2012년 성과급이 지난해 초 지급돼 보수가 많아졌다”고 해명했다.

 이는 상장사와 대형 외부 감사법인이 31일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까지 등기임원 전체의 보수 총액만을 공개해 왔지만 이번 사업보고서부터는 임원의 개별 보수가 5억원을 넘을 경우 공시하도록 지난해 법이 개정됐다. 보수 총액에는 근로소득과 퇴직금, 업무추진비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이익까지 포함된다.

 올해 처음 시행된 개별 임원 보수 공개에 기업들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과연 성과로 인한 보수를 얼마나 인정해주고 있나. 그저 남이 얼마 받는 데 관심 있는 것이 아닌지 냉철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 투자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개별 공개가 필요하다. 다만 현행 제도에선 등기임원이 아닌 재벌 총수들이 빠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 임원의 보수가 외국보다 높은 게 아닌데 자칫하면 반기업 정서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안지현·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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