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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여행 무리? … 그래도 보고싶은 영취산 진달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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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가마봉에서 바라본 영취산 정상 진달래 군락지

1980년대만 해도 전남 여수 영취산(510m)의 진달래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가지 못했다. 이유는 너무 멀어서이다. 당일로는 생각지도 못했고, 무박 2일로 가기에는 애매했다. 그렇다고 진달래를 보러 1박2일로 가는 것은 모객이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요새는 이야기가 다르다. 워낙 도로가 잘 뚫려 있어 여수 영취산으로 진달래를 보러 당일여행 가는 사람이 많다. 너무 먼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때 아니면 이 아름다운 장관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무리하는 것이다.

내가 승우여행사를 창립하고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취산 진달래 여행을 시작했다. 매번 버스에 손님을 가득 싣고 갔다. 지금 영취산을 갈 때마다 약간 아쉬운 것이 있다. 예전에 비해 조금 오염이 됐다. 영취산과 맞닿아 GS 정유공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진달래가 많이 피어 우리나라 진달래 명소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영취산을 처음 가는 사람들은 흥국사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많이 가지만 나는 돌고개에서 시작하는 골망재 코스를 추천한다. 흥국사에서 시작하는 길은 오르막이고 험하지만 돌고개에서 골망재를 거쳐 봉우재까지는 완만하고 쉬운 임도길이다. 봉우재부터 정상까지는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정상에서부터 가마봉으로 가는 길이 가장 아름답다. 날씨가 맑으면 여수 앞바다와 시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취산에는 30~40년생 진달래 수만 그루가 33만여㎡의 걸쳐 자생하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군락지는 크게 4곳으로 나뉜다. 영취산 서쪽에 정상 군락지가 있고, 동쪽으로는 개구리 군락지, 가마봉 쪽에 골망재 군락지, 골망재 가기 전에 돌고개 군락지 이렇게 크게 4곳이 절정이다. 돌고개 쪽에서 매년 진달래 축제가 열린다.

여수반도의 주산인 영취산은 옛날부터 지역민에게 신령스런 산으로 인식되어 기우제나 치성을 드렸던 곳이기도 하다. 영취산의 이름은 석가모니가 최후로 설법했던 인도의 영취산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측된다. 전통기원 도량이었던 금성대가 있고, 그 아래 기도도량인 도솔암이 오늘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호남여수읍지』에는 도솔암과 함께 기우단이 있어 매우 영험하다는 기록도 있으며, 지방 수령들이 기우제를 지내고 기우시를 남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흥국사는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된 사찰로 1195년(고려 명종 25년)에 보조국사가 창건했다. 흥국사 안에는 대웅전(보물 제369호)을 비롯해 보물 제578호인 대웅전 후불 탱화, 원통전, 팔상전 등의 문화재가 남아있기도 하다. 또한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승병 수군이 있어, 이 곳 흥국사 안에서 300여 명의 승병 수군이 훈련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4월 5·6·12일 출발. 5만5000원.

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올해 칠순을 맞은 국내 최고령 여행 가이드.
40년 넘게 국내 여행만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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