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정치연합, 언론 상대로 '5호 담당제'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새정치민주연합이 합당의 충격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것일까. 김한길 공동대표가 신문, 지상파 방송, 종편·보도채널, 통신, 인터넷 매체 등 27개 언론사에 각각 1명에서 12명에 이르는 의원을 할당 배치해 감시 역할을 맡겼다고 한다. 담당 의원들은 자기가 맡은 언론사의 기사와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편파·불공정 내용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며, 법적 대응까지 하게 된다. 김 대표의 엉뚱한 행동이 의원총회를 거쳐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된 것이라고 하니 ‘언론 상대 5호 담당제’는 집단도착적 결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를 있게 하는 자유로서 헌법이 명시한 최고의 가치 중의 하나다. 언론의 자율권과 독립성은 외부의 어떤 세력으로부터 침해받을 수 없다. 언론 보도나 프로그램에 구체적인 문제가 있을 때에는 사안별로 언론중재위, 방송심의위 같은 기관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법에 따라 형사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통령 권력과 비슷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하는 입법권력이 개별 언론사를 상대로 정치적 감시 시스템을 갖춘다는 건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새정치연합은 130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정당이다. 한국의 야당은 상임위 활동, 국정조사권에다 제1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법률 한 건 통과시킬 수 없는 소위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유례없는 거대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이런 권력집단이 언론을 일일이 간섭하고 심지어 ‘언론 프로그램의 편성·편집 요청’까지 하겠다니 새정치연합은 언론억압연합이 되기로 작정했는가.

 새정치연합에 참여한 민주당 세력은 2012년 대선 때 자기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편 채널 출연을 전면 보이콧했다. 그래 놓고 참패의 원인을 종편에 돌렸다. ‘남 탓 타령’은 어느 새 민주당 세력의 정치문화가 되어 버렸다. 민주당 세력은 민간방송의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강제 구성하는 방송법안을 110개 국회 법안들과 일괄 연계하고 있는데 이런 발상에 사로잡혀 있는 한 피해의식과 패배주의, 시민단체 수준의 극단의식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