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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이 여관서 수류탄 터뜨려 21명사망 2명중상 투숙객인질…5시간만에 검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구】7일상오0시23분쯤 대구시남구남산동1구674삼일여관(주인김태성·48)에 투숙한 육군모부대소속운전병 이홍길일병(22·경북 예천군 용궁면)이 여관방을점거, 여관복도와 인근길바닥에 수류탄4발을터뜨려 현영숙씨(34·여·식당종업원·대구건봉덕동945)를 현장에서 숨지게하고 주민김창원씨(35·대구시남구남산동1구673)등 2명에게 중상을입힌뒤 박광수씨(28·대구시동구범물동)등 투숙객8명을 인질로잡고 군경1백여명과 대치, 5시간반만인 상오5시55분쯤 점거했던 방을덮친 군수사기관원에 잡혔다.
이날밤 삼일여관에는 20여명의 투숙객이 있었는데 수류탄이 잇달아터지자 속옷바람으로 공포에 떨었고 폭음에 놀란 인근주민들이몰려나와 소동을 벌였다.
군수사기관은 이일병을살인·불법감금듬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동기를 캐고있다.
이일병은 상오 0시23분쯤「카빈」1정과 수류탄8발을 허리에차고 여관에 들어가 종업원 심인숙양(17)에게 방을 하나달라고 요구, 심양이 2층남서쪽 끝방인 213호실로 안내하자 심양에게 다짜고짜로『남부경찰서에 전화를걸라』고 요구, 교환양이전화를 대주자 중앙파출소당직경찰관이던 김병근 경장에게『나는 탈영병이다. 실탄 1천5백발을 가지고있는데 내일 아침10시까지 죽는다』고 한뒤「카빈」을 들고 2층 여관방을 돌아다니면서 투숙객8명을 자기방에 모아 감금했다. 이일병은 침입한지 2분만인 0시25분쯤 갖고있던 수류탄한발을 여관바깥 길쪽으로 던지고 계속 한발을 또길거리에 던졌다. 길거리에던져진 수류탄에 맞아 담배를 사러나왔던 인근 12식당종업원 현씨가 숨지고 주민2명등이 부상했다. 부상한 김동민씨(22·대구시남산동)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이일병이 던진첫번째 수류탄소리에 놀라 집바깥으로 뛰어나오다 두번째 수류탄이터져 오른쪽다리에 중상을입었다는것.
이일병이 세번째 수류탄을 던지려할때 투숙객가운데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자한명이 이일명을 덮치려다 실패하자 이일병은 세번째 수류탄을 여관복도에던져 폭파시키고 10분쯤뒤에 수류탄 1개를 여관앞 길바닥에 던졌다.
이일병은 자기방에 감금한 투숙객들에게『나는 상사로부터 꾸중을 많이 들었다. 아침8시에서 10시사이에 죽겠다』면서 술을사다가 같이 마시고 놀자고요구, 투숙객인 박광수씨가 맥주를 사오겠다는 핑계로빠져나오자 함께 인질로잡혀있던 홍순택씨(38·서울중구충무로2가25)와 최호연씨(38·대구시남산동625)도 뒤따라나와 도망쳤다.
군수사기관은 여관에 인질로 붙들려있다가 술을사오겠다고 범인을속여 나온 박광수씨가『범인이 지금 졸고있다』고 전하자 모부대포병대대장과 수사관1명이 여관「베란다」를 타고 들어가 졸고있는 이일병을덥쳐잡은것이다. 삼일여관옆 이희규씨(45)의점포 덧문은 수류탄파편으로 1백여개의구멍이 뚫어져있었으며 여관앞 골목에는 이일병이 던진 수류탄으로 직경30cm의수류탄 폭파구멍이3곳이나파졌다. 이일병은 75년8월5일 입대했다. 고향에는 부모와 두동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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