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00명 6년째 유기견 구출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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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이 유기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유기견과 외출을 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안락사 직전의 개 목욕시키기, 빵 팔아 치료비 마련하기, 미국에 입양시키기….

 미국·영국·호주 등지에서 온 외국인 1000명이 버린 개(유기견)를 6년째 돌보고 있다. 원어민 교사와 영어학원 강사, 주한 미군 등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꾸려진 KAPS 회원이 그들이다.

 이 단체가 대구에 만들어진 이유는 한국동물보호협회와 유기동물보호소가 있어서다. 회원들의 유기견 챙기기 활동은 크게 4가지. 돌보기와 치료, 모금 활동, 입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한 달에 네 차례 모인다. 이들은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가 청소하고, 간식 주고 목욕을 시킨다. 또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고, 다친 유기견을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기도 한다. 안락사를 막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으로 입양도 보낸다. 활동비는 매월 두 차례 벼룩시장을 열거나, 집에서 빵이나 쿠키를 만들어 파는 장터를 개최해 마련한다.

 KAPS는 영국인 엠마(33·여)가 처음 만들었다. 2007년 대구의 유기동물보호소를 우연히 찾아간 게 인연이 됐다. 처음엔 지인 10여 명과 유기견을 보살폈고, 그러다 2008년께 인터넷과 SNS가 활성화되면서 하나 둘 회원이 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난해부턴 대학생 등 한국인 6명도 돕겠다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생명을 구한 유기견은 200마리 이상. 물론 안락사 직전까지만 챙길 수 있었던 유기견도 있다. 주로 회원들이 임시보호를 하겠다면서 집에 데려가 키우다가 국내나 해외에 입양을 보내는 방법으로 생명을 구했다.

그레이하운드 등 덩치가 커 아무도 키우지 않으려는 유기견은 미국 유기견보호소로 보내기도 한다. 국내 유기견은 10일간 보호소에서 기르다가 새 주인이 없으면 대부분 안락사시킨다.

 KAPS를 만든 엠마는 올 초 자신이 입양한 시추를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미국인 케이트(28·여)와 토니(31·영어강사)가 물려받았다. 엠마는 27일 SNS를 통해 기자에게 “한국에 있을 때 동물을 대하는 태도 등을 심으려고 노력했다. 유기견은 보호소가 아닌 주인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는 인식이 한국에도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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