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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케·덮밥·돈가스 … 외식업에 일본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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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하루엔소쿠 압구정점의 박정현 점장이 고객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하루엔소쿠는 지난해 9월 압구정 대로변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가맹점을 속속 오픈하고 있다. 박 점장은 “창업 전 교육시스템이 철저해 초보 창업자와 여성, 시니어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FC창업코리아]

‘낮에는 일본식 라멘과 돈부리(덮밥)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에서 고로케를 안주 삼아 사케를 마신다’. 이미 외식시장을 점령한 트렌드다. 회전초밥이나 스시 등 프리미엄 일식집에 한정됐던 외식 업계에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일식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인기 업종은 수제 고로케 전문점이다. 고로케는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강남역·홍대 인근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함무바라수제고로케’는 감자·카레·콘치즈·참치·김치 등 다양한 고로케를 당일 만들어 당일 내 판매한다. 낮 12시~저녁 8시 영업인데 준비된 수량만 팔기 때문에 그보다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 테이크아웃 형태의 수제 고로케 전문점들은 고객들이 20분 이상 줄 서는 것이 기본이다. 서울 대치동 ‘압구정고로케’는 잡채고로케와 치즈고로케로 유명하다. 서울 명동성당 맞은편에 있는 ‘명동고로케’는 5종의 고로케를 판매한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강남수제고로케’, 연남동의 ‘오군수제고로케’ 등도 유명하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의 ‘더 고로케’, 그리고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정싸롱고로케’와 대구시 중구 덕산동의 ‘반월당고로케’ 등도 고로케 붐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직접 창업한 직영 매장이지만 일부 브랜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 중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외에 홀로 창업하기에도 고로케는 부담이 적은 편이다. 테이크아웃 판매로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단일 메뉴로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편하기 때문이다.

 중저가형 분식점 돈가스에서 벗어나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는 일본식 돈가스도 인기 창업 업종이다. 서울 압구정동 ‘하루엔소쿠’는 저가 분식과 고가 프리미엄 돈가스 시장의 틈새를 공략했다. 품질을 프리미엄급으로 유지하되 가격은 30% 정도 저렴한 8000~1만1000원대로 낮췄다. 일본 정통 돈가스에 양파·토마토·크림을 기본으로 담백한 소스를 개발해 ‘소스 돈가스’를 만들었다. 독특한 인테리어도 영업에 한몫을 한다. 일본의 상징인 벚꽃 대신 진달래꽃을 인테리어 테마로 했고, 흰색과 분홍색을 활용해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덕희(54) 하루엔소쿠 대표는 “자녀와 외식하는 젊은 엄마들은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 있는 ‘밀피유’ 역시 돈가스를 우리 입맛에 맞게 각색한 ‘밀피유 돈가스’를 선보인다. ‘밀푀유(Mille Feuille)’란 프랑스어로 1000장의 나뭇잎이라는 뜻으로, 패스추리·프렌치파이 등 여러 겹으로 된 음식을 가리킨다. 밀피유 돈가스는 2㎜ 두께로 얇게 썬 돈육을 25겹 안팎으로 겹쳐 만든다. 식감이 부드럽고 얇은 돈육 사이사이에 마늘·치즈·부추김치 등 한국적인 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을 낸다. 가격도 돈가스 단품이 모두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서구적인 와인바를 연상시킨다.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는 한국 시장에 거의 정착한 업종이다. 최근 들어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인테리어와 메뉴로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 직영 본사 매장이 있는 ‘천상’은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의 단품 요리들을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내놓는다. 즉석에서 구워내는 각종 꼬치구이, 오징어 내장으로 국물 맛을 낸 이끼다와야끼 등 150여 가지 메뉴가 있다. ‘사이야’는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독특한 이자카야 전문점이다. 유럽식 소스와 일식 조리 방법을 활용해 조리를 하고,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짭조름한 안주를 구비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일식 업종에 뛰어들면 실패하기 쉽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는 “일식 전문점을 창업할 때는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음식 조리 기술을 습득하거나 주방장을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예외가 아니다. 강 교수는 “일식은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며 “ 본사가 균질한 품질의 재료를 공급해 준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요리 실력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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