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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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드」미국 대통령은 금년 10월1일에 시작될 77회계연도부터 대한 무상물자군원이 종결될 것이라고 의회에 통고했다. 그 후에도 한국군훈련 및 원조계획에 필요한 행정비나 「유엔」군사경비 등 용역비 원조는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용역부문 군원이 별로 주목할만한 것이 못되는 만큼 지난 50년이래 계속되어온, 미국의 대한무상원조는 사실상 끝나는 것이나 진배없다.
작년까지 미국은 우리나라에 37억8천6백68만5천「달러」의 무상군원을 제공했다. 미국의 군사원조가 우리국군의 전력구축 및 증강에 이바지한 몫은 지대하다. 6·25동란 중과 그 직후 국군의 전력은 이 무상군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군원이관계획에 의해 우리의 군원 의존도는 점차 축소되어 작년에 이미 국방비자립도는 90%에 달했다. 그나마 미국의 군사지원은 무상원조에서 군사차관 위주로 전환되었다. 76회계연도에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대한군사지원액은 무상원조가 7천4백만「달러」인데 비해 군사차관이 1억4천만「달러」였다.
이러한 무상원조 감소추세와 78회계연도 이후 무상원조를 종결키로 한 74년의 원조법에 비추어 대한무상군원의 종결은 예상되던 것이다.
다만 미 행정부가 원조법의 규정보다 1년 앞당겨 대한무상군원을 종결키로 한데다 이를 사전에 한국정부에 통고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개운치 않은 인상을 준다.
포드 미대통령으로서는 재작년부터 가열해진 무상군원을 둘러싼 의회의 논란을 선거의 해인 금년에는 가급적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조치에서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선거와 의회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로서도 별로 많지 않은 무상군원을 놓고 국내문제에 관해 논란이 이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고 보면 무상군원 종결에 따른 우려는 실질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심리적이다.
포드 대통령은 무상군원이 감축되는 대신 대외군사판매차관이 대폭 증가되어야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 무상군원의 종결을 군사차관의 증액으로 보전하려할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적어도 군수에 대한 분위기는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자주방위에 필요한 군사차관만 확보된다면 무상군원의 종결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선 대한무상군원의 액수가 우리의 국방예산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미국의회는 76회계연도의 대한무상군원을 6천만「달러」정도로 조정하려는데 비해 우리의 국방예산은 14억「달러」가 넘는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북괴가 이를 미국의 대한공약 약화로 오판, 도발을 격화하게되는 심리적 유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선거의 해는 미국의 대외정책 수행이 취약해지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북괴의 오판을 막을 미국의 강력한 대한방위 의지가 과시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주방위 태세다. 대한무상군원의 종결은 자주국방의 당위성을 더욱 강화해준다. 무상원조시대의 종막이 우리가 자주·자립 자세를 확립하는 획기적 계기만 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일 수도 있다.
무상군원종결을 서운해하기에 앞서 그동안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 국민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고자한다. 앞으로도 대한방위공약의 이행과 우리의 방위력 증강계획에 계속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우리로서는 이번 기회에 자주방위력배양의 시급성과 대미외교에서 차지하는 국민적 이해와 유대의식의 긴요성을 깊이 되새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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