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굳어진 종교중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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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한불교 조계종 이서옹 종정은 지난 연말 금대심의 난동사건으로 상처를 입고 고려병원에 입원한 지 22일만에 퇴원, 13일 처음으로 전국본사 주지회의를 주재했다. 턱밑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는 채, 왼손엔 깁스를 하고있는 이 종정은 주지회의에서 『자각과 현실적 초월을 통해 참사람(진인)으로 돌아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전국 25개 교구 본사주지 중 22명이 참석한 주지회의는 관계요로에 김대심 일당의 종권탈취기도사건의 배후를 철저히 수사해주도록 탄원키로 결의하고 종정의 총무원실무참여를 적극 강화하는 내용의 「종무처무규정」을 통과시켰다.
이어 15일의 종무회의를 주재한 이 종정은 『비록 난동자들이 승려가 아닐지라도 조계종 안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상기시키면서 승단의 기강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올해는 조계종이 승려교육의 강화, 포교의 현대화, 사원경제의 자립 등을 도모하기 위해 선정한 불교현대화 5개년계획 1차 연도-.
이 종정이 종무회의를 통해 밝힌 금년도 중점사업은 ①불교방송국설립추진 ②호국승군단 조직 강화 ③해외홍보 및 재일교포에 대한 포교 강화 ④승려기강확립 ⑤대중불교의 실현 등이다.
지난해 12윌3일 종교개정으로 종정중심제의법통을 갖춘 조계종은 이제 말사주지 임명권까지를 종정이 갖도록 하는 처무규정도 마련함으로써 명실공히 「종정 1인 체제」를 더욱 굳혔다.
주지회의가 배후수사 음원을 결의한 것은 『김대심 사건이 종단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종래의 종단 측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조계종주변에선 특정인의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 같다.
한편 일부 신도들 사이에서는 난동사건으로 인한 지도력의 상실 등을 들어 현 체제를 회의하는 논의도 일고있어 조계종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이단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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