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완섭변호사 장서 5만권 기증키로|일제때부터 전국돌며 수집|불교예·법령집등 문화재급|유족들, 고인의 참뜻살려 기증처 물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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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괴한의 피습으로 졸지에 참변을 당한 변호사김완섭씨(78) 유가족은 20일 고인이 일생동안 모아온 불서·법령집등 문화재급 진귀서적 5만여권을 국가기관이나 대학도서관등에 기증키로 결정하고 기증처를 물색하고있다.
서울종로구 혜화동15의79 김씨자택 2층(30평)과 앞뜰에 있는 서고(18평)에 보관된 전적은 경국대전, 집대전, 삼국유사원본, 동국 이상국집, 삼국사기, 삼국통일, 용비어천가본판칠책, 열하일기, 동국여지승람, 문헌비고, 성학십도, 대전회통, 문헌통고등 고려시대부터 이조시대에 이르는 각종 고전문헌이 포함되어있다.
고인의 장남 김재수(51) 2남 재순(46) 3남 재만(39) 4남 재철(37)씨등 유자와 장녀 김영자씨(53) 등 5자녀는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재급 전적을 보다더 효율적으로 보관키 위해 사회에 되돌려 이를 깊이 연구할 수 있도록 기증키로 했다』며 『책을 사랑하는 고인의 참된 뜻이 사회에 일각이라도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이 이 방대한 전적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24살되던 해인 1922년 대구에서 변호사업을 개업하고 나서부터 칠곡·안동·상주군등 경북도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손수레·마차·「트럭」등을 동원, 해진 책을 가득 싣고와 일일이 제본하며 꼬리표를 붙여 정리했다.
6·25동란때 1만여권을 소실한뒤 다시 전국을 헤매며 고서수집에 정열을 쏟아 5만여권을 확보, 71년 혜화동에 2층 양옥을 짓고 고대도서관의 도서보관방법을 본떠 서가 20여개를 손수 제작, 습도·온도등을 조절하며 극진히 보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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