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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미청년과 교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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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밀회’에서 나이차를 뛰어넘는 연기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김희애와 유아인. 김희애는 “극중 연상녀 연하남 커플은 육체적인 사랑보다는 피아노를 통해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밀회’는 내 마음에 정확히 응답한 드라마”라고 말했다. [사진 JTBC, SBS 화면 캡처]

JTBC 월화 미니시리즈 ‘밀회’는 뜨거운 드라마다. 예술을 시녀로 삼는 상류사회의 부패와 허위허식을 신랄하게 전시하면서도 그 속에 순도 높은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이들의 교감은 사실 금지된 것이지만 유일한 진실이다. ‘밀회’는 재벌가 예술재단의 기획실장으로 일하는 40세 오혜원과 가난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스무 살 피아니스트 이선재의 파격적인 로맨스를 그린다.

 시청자 반응 역시 뜨겁다. 방송은 3회까지 방영됐지만 인터넷 반응과 입소문은 경쟁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다. 극중에 등장하는 피아노 연주곡도 함께 화제가 될 정도다. 화제의 중심엔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김희애(47)와 유아인(28)이 있다. 24일 촬영현장인 인천종합문화예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희애의 터닝포인트

 “솔직히 오혜원이 처한 상황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과 교감을 하게 된다면 마음이 안 움직일까요? 안 움직인다면 정신 테스트를 해야 해요.(웃음) 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실제 피아니스트에게 이런 일이 있냐고 물으니 ‘남자 선생님과 여제자 사이엔 흔한 얘기’라고 하더군요. 반대인 경우도 봤고,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스무 살 연하의 청년을 사랑하는 것이 파격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김희애는 이렇게 답했다. 대본 연습을 할 때만 해도 부담스럽고 민망해서 웃음도 나왔는데 7회차 촬영에 접어든 지금은 완벽히 역할에 몰입한 상태였다. 이 작품에서 김희애는 성공만을 위해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인물이다. 그런 삶을 살아가던 그가 순수한 영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이선재와 사랑에 빠지면서 송두리째 삶이 흔들린다.

 “드라마 제목 때문인지 선생님과 제자, 혹은 남녀의 육체적인 관계만을 생각하세요.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에요. 음악계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클래식에 관한 드라마에요. 피아노가 이토록 좋았나 싶어요. 요즘 귀가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클래식에 문외한인 분들에겐 음악을 제대로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음악을 잘 아는 분들도 반가워하실 것 같아요.”

위 사진은 함께 첫 연주를 마친 김희애가 “이건 특급 칭찬이야”라고 하며 유아인의 볼을 꼬집는 장면. 이 장면은 인터넷에서 패러디 유행을 낳고 있다. 이전 드라마에서 볼 꼬집는 장면을 찾아내 “이건 특급 칭찬이야”라는 자막을 붙이는 식이다. 아래사진은 네티즌들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장면을 캡쳐해 패러디한 것. [사진 JTBC, SBS 화면 캡처]

 극중에서 클래식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배경음악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하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특히 2회에서 선재와 혜원이 함께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를 합주하는 장면은 여느 멜로신에 버금갈 만큼 격정적이었다.

 유아인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눈이 맑아요. 귀여운데 거친 남자의 매력도 있고요. 편안한 길을 선택 안하고 고민을 많이 하는 배우 같아요. 추측건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고민도 많고, 자아도 강한 사람이고. 20대 때 저러면 30대, 40대에는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될까요. 여러 시행착오도 겪고 노력도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에서 나아가 오피니언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현재 김희애는 ‘밀회’의 인기와 더불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40대 여배우로서 ‘밀회’가 자신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모든 게 영원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계속 제 길을 가야겠죠.”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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