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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 역 유아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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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유아인은 ‘밀회’의 대본을 받아들고 ‘드디어 왔어!’라고 마음속으로 말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유아인이 ‘허세만 든 놈이 아니구나. 겉멋만 든 놈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저를 바라보게 해 줄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유아인의 대표작이 되었으면 해요.”

 이선재는 가난한 택배 기사다. 유튜브 영상으로 피아노를 배운 그는 혜원에 의해 천재성을 인정받게 된다. 선재의 실력을 보고 혜원이 볼을 꼬집으며 “이건 특급칭찬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음악이든 뭐든, 예술적인 면모를 표현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배우도 아티스트니까요. 이전엔 거칠고 싸움박질하는 캐릭터를 많이 했으니까, 내 안의 예술적 기질을 표현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어요. 피아니스트가 남에게 인정받고 볼 한번 꼬집혔을 때 ‘아 이게 뭘까’ 알 수 없는 감정이 드는 것처럼 저 역시도 연기 잘한다고, 잘생겼다고 칭찬들으면 ‘이게 무슨 기분일까’ 라는 감정에 빠지거든요. 비슷한 것 같아요.”

 10대에 연기를 시작한 유아인은 또래 남자 배우와는 분명 다른 구석이 있다. 금기를 넘어설 것 같은 자유분방함이 있고, 선인과 악인, 소년과 남자를 오간다. 그 때문에 미묘한 감정을 온몸으로 연기해야 하는 선재에 적역이다. 20대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그는 어느덧 스물아홉. 선재의 순수함에 이끌렸다고 말했다.

 “제가 스물아홉이니까 벌써 스무 살이 아득하게 느껴져요. 스무 살은 순수하지만, 순수하게만 살 수 없는 나이기도 하죠. 자기 재능이 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데, 현실은 각박하고 등떠밀려 살게도 되고. 그런데 선재는 자기 감정에 충실해요. 강단있게 나아가고, 사랑도 표현할 줄 아는 인물이에요.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어리숙하고 바보같지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선재처럼 살고 싶어요.”

 드라마는 아마도 예정된 비극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유아인은 어떤 결말을 꿈꾸고 있을까.

 “사랑의 결실이 꼭 결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개인적인 욕심에선 혜원은 가면을 벗고 자유로운 영혼이 됐으면 좋겠고, 선재는 그걸 통해 세상 밖으로 한걸음 내딛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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