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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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손에 달린 손가각 다섯개의 길이가 다르듯 우리 두 딸의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다. 6학년의 큰딸아이가 오늘따라 방글방글 웃으며 일금 3천5백원의 저금통장을 보이며 자랑이 대단하다.
나는 그 거금(?)에 일부러 더 깜짝 놀래어 주며 뺨에 뽀뽀를 해 주었다.
하루간식비 20원을 꾜박꼬박 동생은 까먹어 없앴다.
동생이 군것질을 하는 동안 언니는 군침을 억지로 삼키며 참아내던 모습을 귀엽게 보아왔다.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의 대가로 얻어진 돈이다. 지금의 숫자에 도취해 좋아하는 어미에게 시샘을 했던지 작은 딸아이가 자기도 오늘부터 저축을 하겠다며 도장을 달랜다. 모처럼 군것질을 참고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얼마가 지난 뒤 날아갈 듯하던 그 아이가 어깨를 늘어뜨린 채 도장과 1백원을 도로 내어놓으며 울상을 짓는다. 은행창구의 언니가 1백원은 안 받는다며 돌려보냈단다.
필경은 귀찮았던 모양이지만 어린아이에게 그보다 더한 실망은 없었을 것이다. 「푼돈 모아 저축하자」라는 표어를 내건 N은행인데 그 구호는 고사하고 어린아이의 애교까지도 받아 주지 못한 은행은 내내 섭섭하기만 했다.<윤정희 서울성동구금호동2가92 오동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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