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의회로 번진 영국 사형제 부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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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이레」 「가톨릭」 분파들의 살인·「테러」가 이제 「런던」 한복판으로 번져 와 지금 이곳에서는 사형제를 부활시키라는 소리가 떠들썩하게 일고 있다.
영국은 69년 12월 18일 사형제를 폐지, 흉악범을 죽음으로 다스려 온 5세기 이래의 오랜 전통에 종지부를 찍었었다.
그후 흉악범이 꼬리를 물고 속출하여 사형제를 폐지한 바로 그 하원 안에서조차 사형제 부활론이 제기 되어 작년 12월 표결에까지 이르렀었다. 투표 결과 찬성 2백17, 반대 3백69, 기권49표로 부결되고 말았다.
그러나 사형제 부활 주장은 계속 들끓어 오는 11일 이 문제를 다시 표결에 붙여 또 한번의 결론을 내린다.
사형제를 반대해 온 측은 두가지 점을 내세운다. 첫째는 아무리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이라 해도 사형이란 필경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박탈하는 살인이라는 것이다.
둘째, 살인이나 이와 비슷한 흉악 범죄의 저지 효과라는 효용 면에서도 사형제란 그 소기의 목적을 위해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기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 확신 집단들의 경우에는 사형수에게 어떤 순교자적 영광마저 부여함으로써 그 동료 집단원들의 폭력적 저항을 한층 자극, 격려할 우려조차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형제 옹호론자들은 무엇보다 다수의 행복과 안녕을 극소수 광신·폭력 분자들의 자비에 맡겨 둘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요즘 「런던」시내에서까지 벌어져 온 폭력 집단에 의한 인명의 무차별 살상은 『사람을 죽여도 나는 죽을 염려가 없다』는 일그러진 안도감에 의해 부채질되고 방종하게 자행돼 왔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 사형제를 부활하는 것은 정당할 뿐 아니라 사회가 그 생존을 위해 당장 취해야 할 방위책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요즘엔 사형제를 부활하라는 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광범하게 나오고 있다.
보수당의 「마거리트·대처」 당수마저 사형제의 옹호를 들고나서 사태는 만만치 않은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하원이 문제를 다시 한번 토의키로 결정한 것 자체도 이러한 긴박감을 드러내는 한가지 증좌라고 해도 좋다.
이곳의 권위지 「더·가디언」지는 1일자 사설에서 『만일 우리가 사형제를 부활한다면 그것은 폭력의 도전에 대한 문명사회의 굴복을 의미한다』고 말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냉정과 숙고를 종용하고 있다. 영국의 여론은 지금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양분돼 있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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