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도 규제 개혁의 큰 흐름 수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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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역대 어느 정권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는 ‘규제 개혁’의 장정이 시작됐다. 규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데다 현실적으로 규제 권력을 쥔 관료들이 규제 개혁을 실천해야 하는 역설을 안고 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사회를 본 7시간의 ‘생방송 끝장토론’은 규제 권력자인 관료들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효과가 컸을 것이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규제는 죄악”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이나 중소기업인·자영업자들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외에 생방송을 통해 넓어진 국민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다. 규제 개혁은 사안의 성격상 일종의 문화적 형태로 정착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규제 개혁의 큰 방향과 흐름엔 입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여야 합의 없이는 사실상 어떤 법률안도 통과할 수 없는 한국의 특별한 입법체제에선 제1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규제 개혁을 재벌의 이익과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책 수준으로 인식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건 유감이다. “재벌과 대기업·대자본 입장에서 거추장스러운 규제들이 싹 사라진다면 양들은 누가 지키나”(김한길 대표) “대통령이 공무원 길들이기를 하고 규제 폐지 매카시즘을 퍼뜨리고 있다”(우원식 최고위원)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끝장토론에서 나온 구체적인 사례들은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가정이나 단언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에만 있는 온라인 액티브X 규제에 막혀 중국인들이 이른바 ‘천송이 코트’(한류 드라마에서 파생된 인기 상품)를 사려 해도 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나 해외에선 이미 레스토랑의 한 종류로 인정받고 있는 ‘푸드 트럭’이 한국에선 9년간 불법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얘기들이었다. 액티브 X 규제의 경우 민주당 이종걸·최재천 의원이 지난해 5월 폐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개혁 이슈를 독점하는 듯한 양상을 견제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규제개혁의 당위마저 부정할 순 없지 않은가. 선거를 생각한다 해도 민주당이 앞장서서 일자리와 서민을 살리는 규제 개혁 캠페인을 벌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