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성격문제」로 고민한다-각 대학 학생상담소 분석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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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대학생들은 인간관계와 성격문제로 가장 고민하고 있음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서울시내 각 대학 학생상담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상담실을 찾은 학생의 가장 많은 수가 성격문제(각 대학평균 35%)를 호소했다. 그 다음이 전과·전학과 관련된 진로문제(25%), 학업·학교생활의 부적응(12%) 문제 등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많은 수일 것으로 생각됐던 이성문제 등은 4∼5%에 그쳐 그런 문제 등은 대학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여기거나 학생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을 나타냈다.
상담자의 가장 많은 비율은 「성격 및 인간관계」의 경우로 고려대(24%)를 제외한 서울대(36%), 연세대(55%), 성균관대(32%), 이화여대(32%), 서강대(32%) 등에서 그런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녀공학대학에서 여학생의 절대수가 남자숫자보다 적음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숫자임을 나타내 주목을 끌었다.
이화여대 황응연 교수(심리학·학생생활지도연구소)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①사춘기 성격형성의 결함 ②「재수」 등 실패경험의 누적된 영향 ③원만치 못한 가족관계 ④지방학생의 서울생활 부적응 등으로 지적했다. 특히 여대생의 경우 『남학생들처럼 불만을 해소할 적당한 방법(운동·오락 등)을 찾지 못해 많은 수가 상담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건전한「카타르시스」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도록 권했다.
둘째 번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 「진로문제」의 경우(고려대는 수위) 대부분의 상담자가 2학년 초나 4학년 말로 집중돼 있는 것이 특색.
4학년의 경우 졸업을 앞두고 장래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나 2학년의 경우는 전과·전학문제 등으로 사정이 다르다.
고려대 상담실 김정희 연구관은 『고등학교 때까지 타인의 지시만 받다가 대학 1학년이 되면 우선 행동의 제약이 다소 풀리기 때문에 처음 맞는 대학생활을 멋모르고 지낸다. 그러나 2학년이 되면서 자기 기대와 다른 대학생활과 전공선택의 회의 때문에 2학년이 1학기에 많이 상담하게 되는 것 같다』고 원인을 밝혔다.
「학업과 학교생활」문제도 비교적 높은 관심을 나타낸 상담분야다. 대부분의 대학이 15∼20%선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분야에 상담한 반수이상의 학생들은 경제사정이 곤란한 학생들로 장학금을 획득하려고 하는 것이 상담의 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대 상담지도실).
젊음과 관련, 높은 비율일 것으로 예측되는 이성·결혼문제는 5% 미만으로 거의 상담실적이 없는 상태였다. 이화여대 황응연 교수는 『결혼문제는 여대생의 주요 관심사는 되겠으나 졸업 후로 미루는 경향』이라고 밝히고 설혹 문제가 되더라도 학교에서보다는 부모와의 상의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종교·철학의 문제는 극히 적은 비율(2∼3%)을 차지해 『개성사회에 가치관이 성립돼 있지 않다』고 말하는 대학생들의 고민과는 동떨어진 경향을 보여줬다.
이 같은 현상은 『종교나 철학의 문제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우리사회 전체와 비교할 때 상담실에서 뾰족한 해답을 얻을 수 없다고 예견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한 상담실 관계자는 반문했다.
9월 초 활동을 재개한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의 이의철 소장(심리학과 교수)은 대학생들의 이러한 상담경향에 대해 『그래도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은 개방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파국으로부터의 구제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상담실을 외면, 혼자 번민하는 내성적 성격의 학생이 문제라고 밝혔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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