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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눈 맞을까, 분홍 꽃비에 젖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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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축제의 계절이다. 봄꽃을 주제로 한 축제만 모아도 전국일주가 가능할 만큼 많다. 산수유꽃과 매화꽃을 시작으로 벚꽃·유채꽃·진달래꽃·철쭉꽃 등이 이어달리기라도 하듯이 한반도 전역을 차례로 물들인다. 봄축제 가운데 올봄 여행코스로 추천하는 대표 꽃축제를 소개한다.

구례 산수유꽃축제 (3월 22~30일)

전남 구례군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가량을 책임지는 귀한 땅이다. 지리산 자락의 산동면은 아예 봄마다 마을 전체가 노란 옷을 뒤집어쓴다. 단순히 나무만 많은 게 아니다. 봄기운이 한창인 3월 말이면 아기자기하게 모인 전통가옥에도, 키 작은 돌담에도, 마을을 가로지르는 서시천에도 산수유가 꽃을 드리워 정겹기 그지없다. 올해 구례 산수유꽃축제는 산수유마을이라 불리는 상위·하위·반곡·월계·현천 마을 등 지리산 온천관광지 일대에서 오는 22∼30일 열린다. 지난해까지는 3일짜리 축제였지만 올해부터 9일 일정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문화행사는 지리산온천관광지 제2공영주차장에서 열려 마을 안쪽은 여유로이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산수유꽃과 돌담길이 정겹게 어우러진 현천마을은 산책길로 좋다. 산수유꽃은 꽃송이가 자잘한 대신 무더기로 피기 때문에 멀리서 큰 풍경으로 볼 때 더 아름답다. 상위마을에 놓인 팔각정 ‘산유정’이나 지난해 생긴 산수유 사랑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산수유마을 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례군 축제추진위원회 061-780-2726.

전남 광양시 섬진마을의 매화꽃이 일제히 개화를 시작했다. 섬진마을은 매화밭 사이로 난 산책길을 따라 꽃 구경 하기에 좋다. 3월 중하순 무렵 매화꽃이 만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양 국제매화문화축제 (3월 22~30일)

구례에서 섬진강을 따라 하동·광양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 산등성이가 하얗게 빛나는 풍경을 만난다. 섬진 매화마을. 전국에서 가장 큰 매화나무 군락지다. 해마다 매화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구례 산수유꽃축제와 일정이 같은 22∼30일 열린다. 구례 산수유마을과 광양 매화마을은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백운산(1218m) 자락에 자리 잡은 섬진마을(매화마을)은 매화밭 규모가 무려 35만㎡(약 10만 평)에 달한다. 매화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가 절정인데, 이 시기 섬진마을은 온 동네가 설국이 된 것처럼 새하얗다. 매실장아찌 등이 담긴 항아리 수백 개가 인상적인 청매실농원에서는 청매화와 홍매화가 뒤섞여 멋을 부린다. 올해는 야간 매화꽃길 산책로가 새로 운영된다. 매화가 지천에 깔린 섬진마을 역시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아름답다. 청매실농원 인근 전망대에서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매실음식 경연대회, 매화 사진촬영대회 등 행사는 섬진마을 앞 주차장 인근에서 진행된다. 광양시청 문화관광과 061-797-3714.

진해 군항제 (4월 1~10일)

산수유꽃과 매화꽃이 시들해질 4월 초가 되면 남쪽 지방은 벚꽃 세상이 된다. 진해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구 중원로터리(팔거리) 일대엔 무려 36만 그루의 왕벚나무가 있다. 제일의 벚꽃 명소는 기차역인 경화역이다. 기찻길 양 옆으로 800m가량 벚나무가 빽빽이 줄지어 있어, 벚꽃터널이 따로 없다. 바람이 세거나 기차가 지나갈 때면 어김없이 꽃비가 내리곤 한다. 벚꽃을 찾아온 관광객 대부분이 플랫폼을 배회하다 기차가 벚꽃터널을 지나는 그림 같은 풍경을 담아 간다. 경화역은 현재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이지만 축제기간에는 관광객을 위해 기차가 서행한다. 여좌천을 따라 핀 벚꽃길도 아름답다. 진해여고에서 진해파크랜드까지 약 1.5㎞ 길이의 벚꽃길이 조성돼 있다.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에선 벚꽃숲이 저수지에 비친 반영을 볼 수 있다. 군항제는 2011년부터 매년 4월1∼10일 열린다. 올봄 벚꽃 개화시기는 4월 1일이다. 놀이 행사 외에 이충무공 얼 계승행사도 치러진다. 창원시청 문화관광과 055-225-2341.

창녕 낙동강 유채축제 (4월 18~22일)

봄 무렵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을 잇는 남지대교를 건너다보면 다리 아래로 낙동강의 푸른 물과 함께 노란빛의 광활한 화원이 눈에 들어온다. 창녕군 남지읍의 낙동강 유채단지는 전국 최대 규모다. 4월 중순이면 60만㎡(약 18만 평) 규모의 낙동강 둔치를 가득 채운 유채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린다.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에 놓인 억새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과 유채단지가 어우러진 풍경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드넓은 유채밭 사이로 길이 잘 나 있어 꽃과 눈을 맞추며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낙동강 유채단지 강변을 따라 자전거(대여료 3000원)를 타고 누비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유채밭과 낙동강을 좌우로 두고 페달을 밟으면 강바람 따라 꽃내음이 온몸으로 스며들 것만 같다. 올해 축제는 4월 18∼22일이다. 낙동강 둔치를 무대로 콘서트 등 문화공연과 체험행사가 열린다. 유채꽃 말고도 한반도 튤립정원, 대형 풍차, 동물 조형물 등 볼거리가 많다. 오후 7∼11시 야간 경관조명도 밝힌다. 낙동강 유채축제위원회 055-526-1331.

비슬산 참꽃문화제 (5월 1~8일)

대구시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 경계에 놓인 비슬산(1084m)은 가을 억새 산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봄이면 참꽃(진달래)이 주인 노릇을 한다. 비슬산 대견봉과 조화봉 능선을 따라 참꽃군락지가 펼쳐져 있는데 참꽃이 흐드러지는 5월 초순이 되면 산머리가 분홍빛으로 물든다. 참꽃군락지까지는 등산코스를 따라 2~3시간 올라야 한다. 산세는 험하지만 정상에 서면 참꽃언덕의 그림 같은 풍경과 꽃내음이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해준다. 올해 참꽃문화제는 5월 1일부터 8일까지다. 지난해까지는 산 중턱에서 모든 행사를 치렀으나 올해는 산 아래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축제장을 마련했다. 덕분에 올해부터는 일반 등산객과 축제 방문객이 뒤엉키는 혼란을 덜 수 있게 됐다. 산신제를 제외한 각종 문화·체험 행사는 대구 테크노폴리스 축제장에서 진행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는 참꽃 골든벨, 가요제 등 가족 행사가 열린다. 참꽃 미로원, 포토존, 참꽃마차 타기 등 놀거리·볼거리가 다양하다. 달성문화재단 053-715-1284.

황매산 철쭉제 (5월 9~22일)

남쪽지방 봄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꽃은 철쭉이다. 경남 합천군에선 봄마다 ‘황매산(1108m)이 불타오른다’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는다. 철쭉이 많아서 하는 소리다. 고산지대를 좋아하는 철쭉이 5월이면 황매산을 진분홍빛으로 죄 물들인다. 해발 800~900m의 황매평전이 철쭉 군락지다. 황매평전은 1970년대엔 목장이었지만 방목한 가축들이 독성을 지닌 철쭉만 남기고, 잡목과 풀을 죄 먹어치워 철쭉산이 되었다. 황매평전 뒤로 보이는 기암절벽도 철쭉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황매평전엔 데크로드로 된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높은 산이긴 해도 황매평전 입구에 오토캠핑장이 있어, 자동차로도 쉽게 철쭉군락지 근처까지 닿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산행을 감행하는 이가 많다. 등산코스(모산재 주차장~황매평전~황매산)를 따라 5~6시간이면 황매산과 철쭉군락지를 두루 보고 나올 수 있다. 황매산 철쭉제는 5월 9일부터 2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황매산 철쭉전위원회 055-934-1411.

글=백종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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