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의 효(3)|고독한 노인들|대인관계 줄고 여가즐길 방법 없어|물질적인 효로는 외로움 덜수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로풍습으로 어느 나라의 노인들보다 자녀로부터 존경과 대접을 받던 한국의 노인들이 차차 각 가정에서 소외 되어가는 경향이다. 가족제도의 변천과정에 따라 한국노인들은 이제 한집안의 실력있는 어른 입장만은 아닌, 밀려나는 입장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없이 언젠가는 이윽고 늙고 또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되면 생리적으로는 질병에 대해, 경제적으로는 빈곤에 대해 공포를 갖게되는데, 노인들은 『이 두 공포보다 심리적으로 고독에 대해 갖게되는 공포가 가장 심각하고 불행한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인은 노인들대로 자신이 고독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며 자식들은 늙은 부모에 대한 효나 봉양을 생일날 옷을 해드린다는 정도로 물질로만 해결하려드는데 한국노인 특유의 고독감이 있다』는 것이 하상낙교수(서울대·사회사업학)의 지적이다.
하교수의 조사(72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44.8%가 아무집단에도 속해있지 않고31.9%가 자주 만나는 친우가 없으면서도 취미모임, 종교단체모임에 참여할 생각을 않으며, 80%이상이 젊은 시절부터 노후의 생활이나 일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뿐아니라 12.4%가 당면한 가장 곤란한 문제로 『여가시간이 많아서』『친구가 없어서』를 꼽으면서도 취미를 즐기거나 자기계발을 할 생각을 못한다.
농촌가정에서는 아직 노인들이 육아와 농사일등에 많이 관여를 하게되고 하루 일과도 집안 일에 대개 충당되지만 도시가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노인들이 겪는 외로움과 고독은 더크다.
배우자와 친지들과의 사별로 대인관계는 줄어드는 데다, 소비집단인 도시가정에서 경제권을 갖는것은 필연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아들이고 따라서 노인들은 가장의 위치에서 「얹혀사는 위치」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시가정의 노인들이 또 하나 직면하고있는 고독감은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살기를 거부한다는데서 나온다. 이효재교수(이대·사회학) 조사에 의하면 도시 20대의 92.8%가, 30대의 96.7%가 부모와 따로 살기를 원하며 30대중 부모가 자녀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과 2.2%다. 자녀들과의 태도와 대조적으로 노인자신들은 80%가 노후 자신의 안식처가 자녀들이라고 생각한다.
노후생활은 사치나 지나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고 노인들은 고독으로 가장 큰 불행감을 느끼므로 노인들에 대한 경로나 효는 정신적인 면에서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 하교수의 결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