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당의 산업화 ·안보 가치 인정은 맞는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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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당 새정치민주연합이 과거 민주당에 비해 산업화와 안보의 가치에 더 많은 무게를 싣는 노선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른바 ‘우클릭’이다. 신당은 정강·정책에 이 점을 반영하고 당 행사에 베트남 참전군인, 중동건설 근로자, 파독 광부·간호사 등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과거 민주당은 베트남 참전군인을 ‘용병’으로 보는 시각을 가졌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한국 현대사의 양대 정통성이다. 그리고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따라서 신당의 노선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행적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 유권자들에겐 의구심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건국과 산업화의 인정에 인색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묘소를 참배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묘소를 건너뛰었다.

 안보에서도 혼란이 많았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북한 어뢰가 나왔는데도 민주당은 북한규탄 결의안에 반대했다. 상당기간 동안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2년 총선 때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광범위한 선거연대를 맺었다. 통진당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는 급진 정당이다. 안철수 의원도 2012년 대선 때 천안함과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보수세력의 산업화 공로와 안보의 가치를 인정한다고 해서 신당이 정체성의 위기를 느낄 이유는 없다. 국가안보와 현대사에 대해선 자유민주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대신 민생·복지·소수자 보호 같은 문제에서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면 신당의 좌표는 뚜렷할 것이다.

 새로운 노선의 정립에서 신당은 친노세력을 포함한 구 민주당 강경세력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낡은 정치의 구각(舊殼)을 깨려면 고통이 클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당이 ‘안보 논란’으로 치른 대가를 생각하면 그런 고통은 가벼운 것이다. 그 정도의 반대도 돌파하지 못할 거라면 새 정치의 새 자도 꺼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