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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컨슈머리포트] 개인연금펀드 수익, 한투밸류·신영·KB 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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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회사원 신모(33)씨는 지난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가입한 연금저축펀드를 연금저축계좌로 바꿨다. 펀드로 연금을 납입하던 땐 수익률이 좋지 않아도 다른 펀드로 갈아타기 쉽지 않았다. 해지 뒤 다른 펀드에 재가입해야 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서다. 하지만 연금저축계좌를 만들면 계좌 내에서 자유롭게 펀드를 바꿀 수 있다. 신씨는 “정기적으로 펀드를 바꾸는 게 장점인데 막상 펀드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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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과거 수익률이다. 다만 연금 펀드는 일반 펀드보다 장기 수익률을 보는 게 좋다. 투자기간이 5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다. 3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연금 펀드를 평가해 봤다. 상위 10개 펀드 중 1~5위가 모두 국내·해외 주식형 펀드로, 평균 수익률은 21.9%였다. 주식은 위험자산이지만 장기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배당주에 투자하는 신영연금배당펀드(26.62%)와 가치주에 투자하는 KB연금가치주펀드(26.49%)가 큰 수익을 냈다. 가치주와 배당주의 선전은 운용사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3년 수익률 기준 1~3위에 오른 한국투자밸류(18.97%)와 신영(17.78%), KB(14.61%)는 모두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대표 상품인 곳들이다. 이유가 있다. 2012년 이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성장주·대형주가 부진한 반면 가치주·중소형주가 선전했다. 코스피가 오르지 않자 시세 차익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보다 배당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했다.

 그렇다고 ‘가치주 펀드는 좋고 성장주 펀드는 나쁘다’고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2009~2011년엔 가치주 펀드들이 부진했다.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오르면서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은 펀드 평균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이번 평가에서 수익률 1위 펀드를 낸 신영은 2011년 5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객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장 상황에 따라 가치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 사이를 오가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분간은 가치주 펀드가 유리할 전망이다. 문수현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 과장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있어 신흥국에선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투자가 주로 성장주·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치주·중소형주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주나 배당주 펀드가 연금이란 성격에 더 적합한 측면도 있다. 저평가된 우량주 혹은 고배당주를 찾아 투자하는 만큼 상대적으론 부진할 수 있지만 절대적 수익률이 나쁘진 않기 때문이다. 심승아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부 펀드팀장은 “노후자금이란 특성상 손실을 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연령에 따라 주식형 펀드 내에서 가치주 펀드를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투자금 규모가 크고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투자기간이 짧은 고연령층일수록 가치주 펀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펀드 유형별로도 수익률을 점검해 봤다. 일반적으로 안정성 측면에선 채권형 펀드가, 수익률로 보면 주식형 펀드가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은 채권형 펀드가 주식형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국내·해외 채권형 펀드는 평균 12.92%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주식형은 평균 -8.26%로 원금도 못 지켰다. 채권형 펀드 중 4개가 수익률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채권형 펀드가 선전한 것도 시장의 영향이다. 2011년 이후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큰 폭으로 움직였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원인이었다.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국가 채권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은 떨어졌다. 낮은 가격에 채권을 담았던 펀드들이 이후 금리가 안정되면서 채권 값이 오르자 높은 수익을 낸 것이다. 해외 채권형(16.21%)이 국내 채권형(9.63%)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도 해외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금계좌 포트폴리오를 짤 때 채권형 펀드를 꼭 포함시키라고 조언한다. 수익률이 아니라 안정성 때문이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주식형 중에서 안정적인 가치주 펀드를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하듯 주식형에 비해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도 일정 이상 보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익을 내고 싶다면 주식 부분은 가치주 위주로 투자하는 채권 혼합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수도 점검해 봤다. 보수가 가장 낮은 운용사는 GS(0.94%)·한화(0.967%)·현대(1.265%) 순이었다. 이들 중 수익률 평가에서 상위에 오른 운용사는 없다. 보수가 낮으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많긴 하지만 보수가 제1 고려대상은 아니란 거다. 그렇다고 보수가 의미가 없는 평가지표는 아니다. 투자자가 가치주 펀드를 연금계좌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치자. 이 경우 비슷한 가치주 펀드를 고른 뒤 보수가 낮은 걸 가입하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종태 미래에셋 연금자산추진팀장은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는 대개 비슷한 성적을 내는 만큼 보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의 평균 보수는 0.885%인 반면 주식형은 1.08%로, 유형별 보수 차이도 적지 않았다. 하루에도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르고 내려 펀드매니저가 쉼 없이 거래해야 하는 주식형 펀드와 달리 투자기간이 긴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 펀드는 매니저의 손이 덜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펀드 유형을 선택할 땐 투자 목적과 투자자의 성향을 고려해야지 보수를 고려할 건 아니다.

정선언·안지현 기자

◆연금저축계좌=지난해 소득세법이 개정되며 도입됐다. 기존 연금저축펀드와 달리 해지 절차 없이 펀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의무납입 기간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 아직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고령층의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지만 세액공제 혜택은 연 400만원으로 이전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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