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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의 원금과 과실송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국인투자의 경제적 성격에 대해 지난날에 많은 논의가 제기된바 있었으나 그 동안에는 차관도입이 원리금상환 압박을 주는 대신 외국인투자는 그렇지 않다는 뜻에서 외국인의 직접투자나 합작투자는 다다익선인 것처럼 권장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실적으로 보아 이러한 외국인투자나 합작투자가 외원 압박 면에서 차관도입 보다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서「칼텍스」는 불과 3년 사이에 원금의 67·6%나 과실송금을 했다는 것이며, 「걸프」도 이미 투자액의 52.2%를 과실로 송금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투자보수로서의 과실송금인 것이므로 실지 송금 액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외자 도입법 상 원금송금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므로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해당 분이 원금회수 조로 송금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과실송금과 원금 회수 분을 합산한 송금실적을 고려한다면 이미 이들 회사는 투자원본이상을 회수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앞으로 이루어지는 송금은 완전한 수익 적인 것이라 해서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만일 우리의 기업능력이 갖추어져 차관으로 전입했더라면 원리금이 회수된 후부터는 완전한 의미에서 민족기업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과실송금압박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상기할 때, 외국인투자나 합작투자에 대한 정책인식은 바뀌어져야 마땅할 줄로 안다.
물론 업종별로 우리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불가피한 분야가 있는 것도 사실이며, 또 시기적으로 합작이나 직접투자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업계의 경영능력도 이제는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서둘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야 할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이제부터는 외자도입정책이 보다 여유 있고 신중해야 할 것이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려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날의 정유공장이나 비료공장건설 과정에서 감수했던 것과 같은 불평등 계약은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도대체 자유경제체제에서 외국인 기업이라고 해서 투자보수 율을 보장하고, 정부의 가격개입권을 포기하는 계약을 감수한 것은 애당초부터가 후일을 너무나 소홀히 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의 기술수준이나 외국인의 투자규모로 보아 국내기업이 충분히 소 화할 수 있는 분야에까지도 다다익선 식으로 외국인투자나 합작투자를 허용하는 일은 이제 단호히 지양되어야 한다.
불과 몇십만「달러」짜리 직접투자나 합작투자가 국민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얼마나 공헌할 것이냐를 상기할 때, 이제부터는 우리의 기술수준이나 자본력으로는 도저히 소 화할 수 없는 분야에만 국한하여 외국인투자를 허용한다는 지침이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기왕에 투자보수 율과 가격결정권을 보장받고 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이나 합작기업들은 보장된 계약상의 권리라고 해서 그것을 방패로 무제한의 이윤추구만을 일삼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는 한, 우리국민의 복지향상을 계속 외면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상호협력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무리한 가격인상을 자제하고, 이 나라 기업들의 평균적인 이윤율 범위 안에서 영업하는 것이 온당한 자세라는 것이다.
또 정책도 마땅히 외국계 기업의 부당한 가격인상이나 초과이윤추구에 대해서는 이를 철저히 견제하고 지도하는 주체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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