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아진 아랍권|국제무대에 한 바람이 불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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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찬성 4백83표 대 반대 2백15표. 중동문제에 관한「아랍」권 결의안을 통과시킨 국제의회연맹(IPU)총회 마지막날인 12일의 이와 같은 표결결과는 앞으로 여러 면에서 음미돼야 할 적지 않은 뜻을 갖고 있다.
그 첫째 의미는「유엔」에서처럼「아랍」세계와 그에 동조하는 세력이 기초세력을 압도할 만큼 발언권을 높여오고 있다는데 있다.
둘째론 이와 같은 힘의 압도적인 행사가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IPU나 그 밖의 국제기구들의 평화추구 기능을 위협하는 것으로 자칫 간주됨으로써 어떤 새로운 긴장을 가져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좀 규모를 좁혀 세째로는 IPU 중동문제 토의에서 나타난 이 같은 압도적인 다수에 북괴를 비롯한 공산권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외교진에 새로운 사태에 대한 날카로운 검토의 과제를 던져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앞에서 말한 압도적인 다수가 총회의 이름으로 채택케 한 결의안이라는 것이 기실「아랍」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옹호한 것이었고 이와 같은「산술적인 다수」에 의한 실력행사가 정치적인 타협의 길을 비좁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비단중동문제뿐 아니라 딴 의제의 토의에서도 눈에 띄었다는데 있다.
실상 이번 IPU「런던」총회를 마무리하는 기사에서「런던·타임스」의 기자가『이번 총회의 특징을 타협보다는 대결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경향이 확대된다면 IPU가 그대로 존속할 것이냐의 여부조차 의문시된다고 논평한 것은 이번 총회에서 특히 서방국가들의 팽배한 좌절감을 적절히 나타낸 것이었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아랍」권,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소위 제3세계 국가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 다수「블록」에서 북괴를 비롯한 공산국가들이 그 동기야 어떻든 적극적인 동조세력으로 가담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들 문제에서 한국대표단은 한결같이 기권이라는 형식의 중립을 지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괴는 공산권 중에서도 눈에 띌 만큼「아랍」권에 적국 동조했다. 중동문제에서 동조를 얻은「아랍」측이 IPU나 딴 국제기구에서 북괴를 비롯한 공산권에「보답」하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런던」회의경과에 대해 한국대표단장 김세련 의원은 앞으로 IPU회의에 대한 한국대표단의 전략·전술적인 태세의 재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그런 말에서「앞으로의 IPU전의」를「앞으로의 모든 국제회의」로, 그리고「IPU한국대표단」을「한국외교」로 고쳐놓아도 괜찮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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