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막힌 이통사들, 이제야 서비스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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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동통신 3사가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이통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누가 더 많은 보조금을 쏟아붓느냐를 기준으로 상대방 가입자 뺏기에 골몰하던 경쟁은 기세가 크게 꺾인 분위기다. 대신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를 끌어오려는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17일부터 이통 3사 영업정지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5월 말까지 ‘T가족 혜택’ 가입자를 모집한다. 기존에도 운영하던 서비스지만 영업정지 기간 동안 산토끼(KT·LG유플러스 가입자)를 잡기 위해 한시적으로 혜택을 대폭 늘렸다. 일종의 ‘영업정지 특화 서비스’다. 이 기간 동안 가족(최대 5명)이 단체로 SK텔레콤에 가입하면 월 최대 7만3000원어치의 모바일TV·음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최근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동영상이나 음원 등으로 데이터를 많이 쓰는 점을 서비스에 반영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스포츠 콘텐트를 모바일IPTV로 볼 수 있는 스포츠팩 같은 신규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며 “서비스로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중인 KT와 LG유플러스는 집토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곳 모두 기존 가입자에 대한 이동통신 혜택을 늘리고, 정상적으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는 유선상품에서만큼은 가입자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KT는 14일 “한 달에 15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6만~8만원대 LTE 데이터 요금제 고객들에게 KT 고객 1명과 무제한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많이 제공하는 대신 음성통화는 월 100~400분으로 제한했는데, 이 빗장을 푼 것이다.

 LG유플러스도 스마트폰으로 가정 내 폐쇄회로TV(CCTV)를 연결해 볼 수 있는 홈 서비스상품인 ‘맘카’ 가입자들에게 1년간 모바일IPTV 무료 이용권을 준다. 어떻게든 소비자와의 대면 접촉을 늘리기 위해 매장 상담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진행한다.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 기간에 경쟁사보다 늦은 광대역 LTE 전국 서비스망을 조기에 완성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광대역 LTE 서비스 품질을 확실히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알뜰폰도 틈새 시장 공략=이통 3사의 보조금 통로가 막히자 알뜰폰 시장도 들썩인다. 업계에 따르면 13일 이후 이틀간 하루평균 가입자가 3300명으로 지난달 일평균(2400명)보다 많았다. 이통 3사가 연간 수조원대의 보조금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동안에는 알뜰폰은 사실상 저가폰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통 3사의 손이 묶인 사이 CJ헬로비전이나 SK텔링크 등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존보다 사양이 좋은 단말기를 확보해 보조금 혜택이 확 줄어든 이통3사에서 빠져나온 소비자들을 붙잡을 계획이다.

  2월 말 가입자 7만 명을 넘어선 우체국 알뜰폰도 10일부터 음성통화 시간과 데이터량을 추가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했다. 또 고객이 직접 음성·데이터 사용량을 입력하면 적절한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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