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의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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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서울과 부산에 각기 1개구를 신설하고 서울 및 대구의 구간지역 조정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했다.
행정구역 개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산업권의 변화와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과 관련해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오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구·군 경계는 해방 전에 확정된 것인 만큼 그 동안의 변화와 발전에 맞추어 전반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행정구역의 개편이 많은 비용이 들고 일시적으로 행정 양이 늘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단시일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정과 행정구역의 개편이 국회의원 선거구에 관련된다는 정치적 이유가 겹쳐 여태껏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극히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주민의 편의 뿐 아니라 그 고장의 역사라든가, 주민의 고장에 대한 감정도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더라도 그 동안 산업의 발전, 「댐」건설로 인한 수로의 조정, 도로의 건설 등 생활권의 변화를 감안하면 행정구역의 전반적 개편을 마냥 늦출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서울·부산·대구시의 구 증설 및 구간 구역 조정은 그 기준에 별무리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대도시는 주변의 확대로 중심지구와 변두리구간의 지역과 인구의 격차가 너무나 커졌다. 이러한 엄청난 격차는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문제였다.
재조정 기준은 대체로 인구와 지역 크기의 평준화를 기하면서 큰 도로를 기준으로 획정된 듯 하다. 그러한 기준은 대체로 합리적이다. 다만 구·시·군이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행정관서란 점에서 서울이나 부산등 대도시의 구를 일정한 인구기준으로 좀더 세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행정의 효율화와「서비스」의 향상을 위해서도 요청된다.
그리고 행정구역 개편을 함에 있어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일정한 기준의 적용과 장기적 기본계획의 작성이라 하겠다.
법률상 도시형태를 취하고 인구 5만명이 넘으면 시, 2만명이 넘으면 읍이 될 수 있게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갖추었으면서도 시나 읍이 되지 못하는 곳도 많이 있다.
하기야 시나 읍이 될만한 다른 조건을 갖추지 뭇하고 있다면 이해할 수도 있으나 그 판가름이 별로 객관적이 못되는 경우가 많다.
시나 읍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그 기준 자체를 높이는 조치를 취해야지 법정기준을 갖추었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허용하지 않아서는 비합리적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 기준을 설정해 일정하게 적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정구역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편의, 고장의 역사, 장래의 발전계획 등을 두루 고려한 기본계획을 먼저 만들어 이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의 편의나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주민의 생활 편의임을 잊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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