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범 10명 중 4명 집행유예로 풀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김민정(가명·19)양은 몇 해 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왔다. 아버지는 폭력집단의 조직원이었고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가출한 뒤 김양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만 19세 이하) 10명 중 6명(59.6%)은 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그만큼 쉽게 성매매 범죄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5년(2007~2012년)간 유죄판결이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분석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 기간에 강간·강제추행·성매매 등의 피해를 당한 청소년은 9128명이었다. 2007년 1494명이던 피해 청소년은 5년 만인 2012년(1953명) 31% 늘었다. 절반 이상(56%)이 강제추행을 당했고, 강간(39%)·성매매(5%) 순이었다. 피해자 평균연령은 13.1세로 나타났다. 특히 성매매 피해자의 평균연령은 5년 전 16세에서 2012년 15.5세로 낮아졌다.

 하지만 성범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성폭력(강제추행·강간)을 저지른 10명 중 4명 이상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행유예 비율은 강간범죄가 2007년 30.4%에서 2012년 42%로, 강제추행이 같은 기간 44%에서 51.5%로 증가했다.

 정도가 가장 심한 강간범죄의 경우 법정 하한이 징역 5년이지만 60%는 그보다 낮은 형을 받았다.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酌量減輕)’을 했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알선한 경우도 가해자 전원이 법정 하한인 징역 5년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았다.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 대상이 된다. 고의수 여가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범죄자가 다시 범행을 저지르거나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중학생(16세 미만)까지를 상대로 한 강간죄의 법정 최저형을 징역 7년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강간의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까지 높아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특례법으로 무기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3~16세도 연령에 따른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윤선 여가부 장관은 “집행유예가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법정형의 하한을 상향하는 법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