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국 페루 "말썽" 싫어 조심조심|"한국서 온 기자"라자 질문 사양 요구|한국 「기습」으로 김일성 참석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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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괴는 한국이 그들의 단독 가입 신청을 저지하는 활동을 벌일 것을 미처 예상하지 않았다.
북괴는 처음 김일성이 직접 참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한국의 「기습」때문에 계획을 바꿔 허담·이종목·권민준으로 대표단을 바꿨다고 이곳 소식통은 해석했다.
북괴는 아직 「페루」와 외교 관계가 없으나 이번 기회에 외교 관계를 트려고 노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동맹 회의의 회원국 가입 문제는 표결이 아니고 「컨센서스·시스팀」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반대 국가가 없는 한 의장이 방망이를 두드리면 회원국이 되는 것.
그래서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북괴의 단독 가입이 논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남북한의 동등한 대우, 북괴의 단독 가입 반대를 해줄 국가를 물색하고 있는 중.
김 장관은 78개 회원국 중 40개국 이상이 남북한 동시 가입에 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루」는 회의를 말썽 없이 진행시키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듯.
21일 기자 회견이 있었는데 큰 국제 회의의 회견답지 않게 「스페인」어 하나로만 진행되고 영어나 「프랑스」어로 통역되지 않았다.
그래서 본 특파원은 「플로르」 외상 옆자리에 앉아 『나는 한국 기자인데 영어로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쪽지를 한 고위 관리에게 적어 보냈다.
그는 본 특파원을 불러 『남쪽에서 왔느냐, 북쪽에서 왔느냐』고 묻고 『한국에서 왔다』 는 말을 듣자 자기들끼리 한참 상의한 뒤 『한국 문제는 말썽이 많으니 당신은 질문을 하지 말라』고 통고, 질문의 기회를 막아버렸다.
김 장관은 20일에 이어 22일에도 「플로르」 외상과 만나 주최국의 태도를 한국에 유리하게 끌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공산계 아니면 친공계의 언론과 노조가 원체 거세서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는 듯. 「페루」의 공산주의자들은 여성 동맹의 부녀자들을 동원하여 친 북괴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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