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평화적 해결' 美와 교감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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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24일 '이라크 전쟁 후 미국의 북한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는 국내외 보도에 작심한 듯 제동을 걸고 나왔다.

"부정확하고 근거 없으며, 미국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의 말이 아니다"라는 게 반박의 핵심이었다. 청와대가 내심 가장 우려하고 있는 대목인 때문에 그런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조차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盧대통령은 개전 직후의 대국민 담화문에서도 "이라크전이 북핵문제 등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기류는 청와대 핵심참모들의 언급에서도 감지돼왔다. 라종일(羅鍾一)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10~11주 후로 이라크전 종전을 예상하면서 이후 북핵 국면의 평화적 해결을 예고했다.

羅보좌관은 그러면서 "이라크는 10년 넘게 유엔의 의견을 무시하고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해 온 반면, 북한 문제는 단기적 문제"라고 차별화를 했다. 또 "이라크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지만 북한은 동북아시아의 고립된 지역적 문제"라고 양 사안을 차별화하려 애썼다.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된다"고 자신했다. 그는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북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청와대의 자신감과 관련, 북측과 이미 모종의 대화채널을 구축하거나 미.일과의 물밑 협의를 통해 '평화적 해결방안'에 대한 사전교감을 나눈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만난 사실이 확인됐던 羅보좌관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북한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한 뒤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했었다.

다른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결국 평화적 해결은 경제적 협력을 얘기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북핵 문제의 해결은 결국 대북지원의 배분을 어느 국가가 맡느냐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인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중단되어 온 북.일 수교협상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그간 1백억달러 규모로 거론돼 온 북.일 수교의 배상금보다 더 큰 규모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盧대통령의 다른 핵심 참모는 "부산.광양항과 개성공단을 잇는 대규모 물류사업 등을 통해 1백조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동북아 중심국가 사업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또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북한~남한~일본을 거쳐 파이프로 운송하고 북한이 통과료를 받는 식의 경제협력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이라크전을 지지, 지원하는 대신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평화적 해결'에 대한 확약을 받았다는 점을 청와대의 외교관계자들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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