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밝힌 회계감사 국회이관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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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로 넘기는 문제와 관련, 청와대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사안인 만큼 운영의 묘를 살려 기능만 국회로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지난 21일 盧대통령과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 3당 대표의 청와대 만찬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발언을 소개했다.

朴의장이 국회개혁 방안을 언급하다 "(정부의) 예산에 대해 국회도 완벽하게 꿰뚫을 힘을 가져야 한다"며 국회 내에 회계감사 기능을 담당할 연구원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盧대통령이 "나도 평소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고 호응했다. 盧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이를 위해 국회에 '예산연구처'를 두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추후 文실장 등이 "개헌 사안인 만큼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자 盧대통령은 "기능만 국회로 넘길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법률 개정만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라"고 文실장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만찬 참석자들은 "감사원 등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준비가 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朴의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발표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날 전모를 밝힌 것은 비공개 약속을 깬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위헌 여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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