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75회 아카데미상] 감독상 로만 폴란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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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아카데미상의 최대 이변은 로만 폴란스키(70)의 감독상 수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5년 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미국에서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위기에 처하자 해외로 도피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 입국하는 즉시 체포가 되므로 이날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 '갱스 오브 뉴욕'의 마틴 스코시즈가 생애 네번째의 감독상 도전에서 처음 상을 탈 것이 유력했던 터라 아카데미가 '도망자'를 끌어안은 것은 더더욱 의외였다. 폴란스키는 '차이나 타운'(1974년)과 '테스'(79년)에 이은 세번째 도전 끝에 영광을 안았다.

감독상을 받은 '피아니스트'는 나치의 눈을 피해 굶주림과 추위와 싸우며 목숨을 이어가는 한 유대인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그린 작품.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타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또 폴란스키가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세자르상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휩쓸었다.

폴란스키는 그 자신이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어린 시절 어머니를 강제 수용소에서 잃었다. 그는 이번에 홀로코스트를 다뤘던 지금까지의 영화와 달리 유대인의 비극을 감정을 절제한 화면에 담아 갈채를 받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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