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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ESE ONLY' 현수막 … 일본 프로축구팀 사장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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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J리그 경기장의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 현수막 논란을 짚은 아사히 지면. [아사히 홈페이지 캡처]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기장 내 관람석 출입구에 걸렸던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란 현수막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2일 사설에서 “이는 과거 미국이나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을 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을 차별하기 위해 내걸었던 ‘White Only(백인 전용)’란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며 “유리창 하나 깨진 것을 방치했다간 나머지 유리창도 차례로 깨지고 사회는 황폐해지는 법”이라며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민주당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참의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13일 국회 법무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J리그 측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우라와 팀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검토 중이다.

 차별을 조장하는 이 현수막은 지난 8일 J리그 ‘우라와(浦和) 레즈’의 홈경기장인 사이타마(埼玉) 스타디움의 관람객 출입구에 걸렸다. 부근에는 욱일기와 일장기도 걸려 있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우라와 팬 중 1명이 전반 20분쯤 이를 발견하고 하프타임에 경기 운영자에게 “인종차별적 내용”이라며 철거를 요청했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현수막은 그대로였다.

 이와 관련해 일본 SNS에는 문제의 현수막이 최근 영국에서 우라와로 이적한 재일교포 4세 이충성(28·일본명 리 다다나리)을 겨냥한 것이란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그는 한국 국적에서 2007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우라와 팀은 예전부터 배타적인 극성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우라와 응원단은 8일의 현수막뿐 아니라 지난 1일 오사카에서의 개막전 원정경기 때도 갓 이적해 온 리 다다나리 선수가 소개되자 야유를 보내는 등 명백한 차별적 언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문이 확산하자 후치타 게이조(淵田敬三) 우라와 레즈 사장은 무라이 미쓰루(村井滿) 일본 프로축구리그 이사장을 찾아 사과했다. 하지만 J리그 측은 ‘응원단의 차별행위에 대해서도 구단이 감독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최대 15점 승점 박탈(승리 시 3점 획득) 혹은 무관중 경기라는 강한 징계를 고려 중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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