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성세의 서구 공산당|이탈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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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이탈리아」공산당은 지난6월 지방 선거에서 전국 평균 3분의1의 지지를 획득, 제1당인 기민당을 1.9%선까지 뒤쫓았고 주요 도시에서는 제1당의 지위를 빼앗았다.
「이탈리아」공산당이 정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내릴 수 있지만 정권 획득 후 어느 정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크게 의문이다.
「이탈리아」공산당은 선거엔 이겼으나 그 전도엔 우울과 당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산당의 승인은 하루아침에 패인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크다.
공산당이 이긴 것은 여당인 기민당의 실패에 대한 반사적 이익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나 정책상 대결보다는 행정 능력의 강화로 기민당의 실정을 만회하자는 공산당의 호소가 노동자나 농민뿐만 아니라 교원·실업인·의사·경찰관에게까지 교묘히 먹혀든 결과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탈리아」내의 자유 민주당이나 민주 사회당과 정책상의 특징만으로 공산당을 가려내기는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이 같은「이탈리아」공산당의 특수성이「모스크바」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탈리아」공산당의 노선이 국제 공산주의 노선에서 벗어난 개혁 주의를 걷고 있으며 이것을 정권 획득 후에도 고수하겠다는 태도 때문에 공산주의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선거 결과에 대해서 「이즈베스티야」지를 비롯한 공산국의 논평은 냉담했다. 유일하게 열광적인 보도를 한 것은 「유고」신문들이었다.
「프랑스」와「포르투갈」의 공산당도 「이탈리아」공산당의 「베를링게르」서기장을 이단아로 취급하고 있다.
「파리」에서 발간됐던 「포르투갈」 의 「레푸블릭」지 망명판에 공개된 「모스크바」발 비밀문서는 『정권 획득 후에는 반대 세력에 재편성의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 반대 세력을 분쇄할 것』이라는 지침이 들어 있다.
「이탈리아」공산당에 이일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단아로 취급하는 이유다. 서방 국가에서 대서 특필 됐던 「이탈리아」공산당 승리의 뒷면에는 이 같은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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