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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기술이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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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18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수도권 공공기술이전 컨소시엄의 '기술이전 설명회'에는 1백명 이상이 몰렸다. 그동안 세차례의 설명회에 수십명 정도가 참석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설명회의 참석 인원은 기록적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설명회에는 '3차원 활동 그래픽을 이용한 가상문화재 기술'(KIST 권용무 박사팀)과 '소리를 열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음향컨벡터'(KIST 김서용 박사팀) 등 정보기술(IT).기계.소재 분야 기술이 다수 발표됐다. 기업들의 상담요청이 잇따랐고 예년과 달리 7개 업체가 의향서를 제출하고 현재 기술이전협상을 진행 중이다.

설명회를 준비한 KIST 신중훈 연구원은 "예전에는 연구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전할 기술을 물색했는데 이번에는 연구원들이 미리 이전 신청한 기술이 40여개에 달해 이 중 좋은 기술을 고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연구원.대학 등 연구현장에 창업 대신 기술이전 바람이 불고 있다. 벤처 열기가 식은 데 이어 최근에는 경기침체 조짐마저 보이자 연구원들이 기술이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전 설명회'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수년 전에는 창업을 고려했을 기술이지만 사업환경이 어려워 기술이전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술을 개발해 이전하면 억대수입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연구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산업자원부 산하법인인 한국기술거래소가 집계한 지난해 기술이전.사업화 알선 실적은 1백61건. 2001년(1백8건)에 비해 49% 늘어난 수치다. 거래소 측은 올해에는 기술이전 건수가 1백90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연구소.대학의 창업 열기는 주춤한 상태다. KIST 기술사업단에 따르면 연구원들의 창업은 2000년 10개사를 정점으로 2001년 3개사로 줄더니 지난해 이후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기술이전에 적극적인 것은 대학도 마찬가지다. 기술이전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재단(이하 협력단)'은 지난달 15일 법인사업자 등록을 마친 지 한달 만에 28건의 특허를 교수들로부터 이전받았다.

이달 초 생명과학부 이광웅 교수가 DNA의 발현을 조작할 수 있는 부위로 기술실시 계약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李교수는 상품화 이후 3년간 연매출의 1%를 실시료로 받는다. 또 의대 출신 정명희 부총장이 'DNA 손상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 특허를 재단명의로 이전, 기술이전 계약을 앞두고 있다.

협력단 상임이사인 홍국선(재료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이 개발한 기술은 많지만 그동안은 기술유통망이 없어 썩고 있었다"며 "앞으로 기술거래소의 도움을 받는 등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술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학정책연구원(STEPI) 조현대 연구위원은 "기술이전이 활발해지려면 우선 기술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평가 시스템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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