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서 풀린 국부군 장교들 내가 설 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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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48년∼1949년 중국 내 내란의 최종단계에서 중공측에 생포된 이래 25년만에 석방되어 「홍콩」에 도착한 10명의 전 국부군장교들은 4개월째 「홍콩」에서 발이 묶여 난처한 입장에 있다.
모두가 60∼70세 고령인 이들이 석방된 것은 지난 4월14일이었으나 대만 입국에 앞서 반공적 입장을 밝히는 공개성명을 내라는 자유중국의 요구를 거절하여 가족과 재회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 「홍콩」에 도착한 이래 이들 중 1명은 벌써 자살했고, 2명은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1명 또한 미국에 정착할 예정이어서 6명만 대만 입국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일 자유중국의 정치적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다섯 번이나 체재허가를 연장해준「홍콩」정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자유중국도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 요구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중공에 억류당하기에 앞서 무엇을 하고있었는가, 끝까지 자유중국에 충성을 지킨 국부군 장교들인가를 알 길이 없기 때문.
어쨌든 노령인 당사자들은 자유중국입국이 지체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조바심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홍콩」의 본토난민구제협회장 「로버트·데어」씨도 『까닭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명을 발표하자니 난처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유중국에서 입국을 거절하여 갈곳이 없게되니 이들의 입장은 진퇴유곡.
따라서 제2의 항로를 택한 사람도 있는데 73세의 장군은 부인과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만으로 가려다가 시집간 딸과 합류하기 위해 「인디애나」주로 떠났다. 「첸·시·창」씨도 대만에 살고있는 부인을 미국에서 만날 수 있도록 자유중국이 부인을 출국시켜 주었으면 했다.
자유중국으로만 가겠다고 고집하는 6명은 편지나 전화를 통해 가족이나 친지들과 접촉을 시도하면서도 만일 자유중국이 입국을 거부한다면 60∼70세 고령에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 근심이 태산 같다.
자유중국은 반공의 입장만 밝히면 이들을 환영하겠다는 입장을 계속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데 일부에서는 늙은이들을 정치적 위험인물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 하는 의견도 있다. 【UPI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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